(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의 개최국 카타르가 수많은 불명예 최초 기록을 남기며 쓸쓸하게 퇴장했다.
월드컵 역대 최약체 개최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카타르는 본선 무대에서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외국 선수를 귀화시키고 개막 6개월 전부터 합숙 훈련을 하는 등 단단히 준비했지만,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 매 경기, 매 순간 빠짐없이 달갑지 않은 최초 기록을 쓰며 고개를 떨궜다.
카타르는 개막전을 치르기 전부터 진기록을 세웠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 이전까지 단 한 번도 본선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월드컵 개최국이 개최국 자격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사례는 1930년 1회 대회 개최국인 우루과이 이후 처음이다.
1회 대회 전엔 대회가 없었으니, 사실상 최초 기록과 다름없다.
그래도 카타르는 희망을 품었다. 개최국 이점과 홈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파란을 기대했다.
조 추첨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카타르는 개최국 자격으로 1번 포트에 포함돼 네덜란드, 세네갈, 에콰도르 등 비교적 할 만한 상대들과 A조에 묶였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카타르는 21일 에콰도르와 개막전에서 0-2로 완패하며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국 개막전 패배를 안았다.
월드컵 92년 역사에서 개최국이 첫 경기에서 패한 건 처음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최국이 첫 경기에서 득점하지 못한 것도 멕시코가 소련과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1970년 대회 이후 52년 만이었다.
카타르는 경기를 치를 때마다 월드컵 역사를 새로 썼다.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도 각종 불명예 기록이 쏟아졌다.
카타르는 25일 세네갈과 A조 2차전에서 무함마드 문타리가 역사적인 월드컵 첫 골을 터뜨렸으나 1-3으로 무릎을 꿇으며 32개 출전국 중 가장 먼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카타르는 세네갈전 패배로 개최국 최초로 개막 2연패를 한 팀이 됐다. 아울러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두 번째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개최국으로 남게 됐다.
카타르는 단 두 경기 만에 개최국 사상 최악의 성적도 예약했다. 남아공은 2010년 1승 1무 1패의 성적을 거두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마지막 경기인 30일 네덜란드와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각종 기록을 생산했다. 카타르는 네덜란드에 0-2로 완패하며 월드컵 최초로 승점을 올리지 못한 개최국이 됐다. 개최국이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한 건 역사상 처음이다.
경기력도 형편없었다. 카타르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졸전을 거듭했다. 월드컵 개막전 하프 타임 때 홈 관중 수천 명이 경기장을 떠날 정도로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채로 나선 네덜란드와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카타르의 3차전 볼 점유율은 36%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