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2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페퍼저축은행 AI PEPPERS 배구단의 경기. 1세트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2.10.25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홍규빈 기자 = 프로배구 여자부 개막 10연패 불명예 기록을 작성 중인 페퍼저축은행의 창단 사령탑 김형실(71)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
김 감독은 2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대로 가다간 20연패가 나오고 선수들에겐 열등감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1라운드가 끝나고부터 고민을 많이 했고, 결국 팀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 결심했다"고 밝혔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끌고 '4강 신화'를 썼던 김 감독은 지난해 창단한 페퍼저축은행의 초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첫 시즌인 지난 시즌은 3승 28패로 최하위에 그쳤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강팀을 여러 차례 괴롭히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개막 후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0경기 가운데 승점을 따낸 경기는 딱 1경기뿐이며, 지난 27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세트 점수 1-3으로 패하면서 10연패에 빠졌다.
김 감독은 조직력 있는 배구를 목표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기존 6개 구단과의 객관적인 전력 차이와 염어르헝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화려하진 않지만 튼튼한 조직력을 갖춘 페퍼만의 배구 전통을 만들고 싶었다"고 회고하면서도 "선수들이 아프고 다치는 것도 제 책임이고 백업 선수가 부족한 것도 제 책임이다. 다 안고 가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젊은 선수들과의 세대 차이도 애로사항이었다며 "나이 차가 50년이 넘다 보니 소통이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감독 대행을 이성희(55) 수석코치가 아닌 이경수(43) 코치에게 맡긴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좀 더 젊은 시선에서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달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끼리 치고받으면서 잘해볼 수 있게끔 분위기를 바꿔보라는 취지"라며 "내가 떠난다고 동요하지 말고 팀 분위기를 새롭게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이 코치와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후임 감독과 관련해서도 "젊은 사람 쪽으로 해서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생각"이라며 "국내외를 망라해서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은 김 감독은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뒤 페퍼저축은행 프런트에서 조력할 예정이다.
"죽을 때까지 배구인"이라는 김 감독은 "집중력이 떨어질까 봐 그동안 끊었던 술도 오늘은 한 잔 마시려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