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여자 프로배구 3위 굳히기에 나선 한국도로공사의 주역은 단연 베테랑 미들 블로커(센터)진이다.
정대영(41)과 배유나(33)는 노련한 블로킹 수비뿐 아니라 적극적인 공격으로 팀을 이끌며 선두 현대건설과 2위 흥국생명을 향해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을 세트 점수 3-0(25-19 25-22 25-23)으로 끝내는 과정에서도 이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블로킹 6개를 기록한 정대영은 승부처마다 GS칼텍스의 공격을 완벽히 차단하며 분위기를 가져오는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세트 20-20에서는 상대 전략을 완벽히 예측해 강소휘의 시간차 공격을 블로킹해냈다.
강소휘 옆에 있는 모마 바소코 레티치아(등록명 모마)에게도 토스가 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동물적인 감각으로 공의 흐름을 읽어낸 것이다.
정대영은 경기를 마친 뒤 "GS칼텍스는 우리가 모마에게 (블로킹 시도를) 갈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플레이를 한 것 같다"며 "(근데) 느낌상 소휘한테 주겠구나 싶어서 움직이지 않고 중앙을 지켰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모마에게 토스가 가더라도 (토스 높이가) 높을 것이기 때문에 중앙을 먼저 보고 (모마 앞으로) 갈 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곧바로 21-20에서는 오른쪽으로 달려가 모마의 퀵오픈까지 블로킹해내는 노련미를 보여줬다.
반면, 배유나는 정통 미들 블로커와는 결이 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배유나는 이날 블로킹 2개를 올리면서도 중앙과 날개를 오가며 양 팀 최다인 18득점을 폭발했다. 공격 성공률(59.26%)도 팀 최다였다.
속공(2개)뿐만 아니라 오픈(9개), 이동 공격(5개)을 대거 성공시키면서 공격수인 카타리나 요비치(등록명 카타리나·14점)와 박정아(12점)를 능가했다.
특히 득점원 역할을 해야 할 외인 선수 카타리나의 부진을 완벽히 메꾸는 모습이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도 이날 "공격수가 세트 플레이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포지션을) 변형해서 운영하고 있다"며 "유나가 카타리나 옆에서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엄청난 디그(25개 중 23개 성공)와 높은 리시브 효율(64.71%)을 가진 리베로 임명옥(36)까지 합세한 도로공사는 리그 3위 수성을 통해 '봄 배구' 진출을 노린다.
정대영은 "일단 목표는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것"이라며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그 두 팀에게는 지지만 나머지 팀에게는 지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