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옛날에 우리가 선수로 뛸 때는 3점 거리가 지금보다 짧았죠. 거리가 늘었는데도 이렇게 연속으로 넣을 실력이면 나보다 낫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캥거루 슈터'라는 별명으로 2000년대 초반 프로농구를 풍미한 조성원 창원 LG 전 감독이 현역 최고 슈터 전성현(캐롯)에 엄지를 들었다.
전성현은 25일 55경기 연속으로 3점을 성공한 첫 번째 우리나라 프로농구 선수가 됐다.
조 전 감독이 보유한 연속 경기 3점 기록을 21년 만에 깬 것이다.
이 기록은 공교롭게도 '친정팀' 안양 KGC인삼공사의 절친한 '옛 동료' 문성곤을 상대로 나왔다.
25일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전성현은 1쿼터 종료 7분 16초 전 신기록을 완성했다.
이정현의 인바운드 패스를 받은 전성현은 슛 자세를 잡자 이를 막으려던 문성곤이 먼저 공중에 도약했지만, 전성현은 속임 동작으로 이를 따돌린 후 침착하게 3점을 꽂아 넣었다.
기존 기록은 조 전 감독이 2000-2001시즌과 2001-2002시즌에 걸쳐 세운 54경기였다.
당시 조 전 감독은 2001년 12월 16일 원주 삼보(현 원주 DB)와 경기에 3점슛을 넣지 못해 이 기록을 마감했다.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조 전 감독은 "그런 기록이 있는 줄 몰랐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전)성현이는 앞으로도 더 많은 3점을 성공해 기록을 더 늘릴 것"이라며 "지금 기량만 봐도 내 선수 시절보다 낫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가 슈터로서 전성현을 자신보다 낫다고 한 데는 3점 라인 거리의 변화가 있다.
KBL은 2009-2010시즌부터 3점 라인을 기존 6.25m에서 50㎝ 늘렸다.
당시 KBL 분석 자료에 따르면 6.75m가 된 3점 거리에 4천24점이던 2008-2009시즌 3점 총 득점이 1년 만에 3천582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조 감독은 "거리가 늘었는데도 이렇게 연속으로 넣을 실력이면 나보다 낫다고 본다"며 "신장도 크고 타점도 높다. 나는 그러지 못해서 점프를 많이 해야 했지만 성현이는 편하게 던진다"고 칭찬했다.
이어 "특히 손목이 항상 일정해 다 들어갈 것 같은 안정감이 있다"며 "파생 효과도 크다. 내가 감독이라도 '그린라이트'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감독은 전성현의 슈팅 실력을 '역대 최고'로 꼽는 데는 주저했다.
그는 "세대가 달라서 비교가 어렵다. 지금 세대에는 전성현 만한 슈터가 없긴 하다"면서도 "예전 이충희, 김현준 선배님도 나보다 슈터로서 한 수 위 선수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저 운이 좋았던 경우고, 문경은 현 KBL 경기본부장 같은 선수가 진짜 슈터였다"고 덧붙였다.
조 전 감독의 호평처럼 올 시즌 전성현은 프로 입성 이후 가장 높은 평균 득점(17.1점)을 기록하며 캐롯을 이끌고 있다.
경기당 3.1개의 3점을 성공하며 이 부문 1위를 달리는 전성현은 10경기 이상 출전한 국내 선수 가운데 이대성(18.2점)에 이은 득점 1위를 다투고 있다.
이날 전성현이 3점 3개 포함 23점을 올렸지만, 캐롯은 선두 인삼공사와 맞대결에서는 79-86으로 패했다.
공교롭게도 전성현의 대기록을 가장 가까이서 본 문성곤이 3점 4개를 꽂아 넣으며 활약했다.
캐롯은 9승 5패로 인삼공사에 2경기 반 차로 뒤진 2위에 올라 있다.
(고양=연합뉴스) 김병만 기자 = 지난 10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캐롯-서울 SK 경기. 캐롯 전성현이 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2022.11.10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