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경기장 안팎에서 분위기가 어수선한 이란 축구 대표팀이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웨일스를 상대로 16강 희망을 이어나갈 태세다.
이란은 25일 오후 7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조별리그 B조 2차전을 치른다.
이란은 최근 경기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고전 중이다.
이란에서는 올해 9월 마흐사 아미니라는 여대생이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이란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반정부 시위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가, 대표팀 선발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등 대표팀을 둘러싼 분위기가 혼란스럽다.
이란 대표 선수들은 21일 열린 잉글랜드와 1차전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때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는 '침묵시위'로 자국 내 반정부 시위에 연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 내에서 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이 이란 정부를 응원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대회 개막 전에는 이란 내 여성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거나 군사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했다는 이유 등으로 '이란을 이번 월드컵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잉글랜드와 1차전이 열린 경기장 관중석에는 여성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설상가상으로 잉글랜드에 2-6으로 크게 패한 이란은 이날 웨일스를 상대로 최소한 승점을 따내야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이란은 1978년, 1998년, 2006년, 2014년과 2018년에 월드컵 본선에 올랐지만 한 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 대결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혼자 두 골을 넣은 메디 타레미와 미국과 1차전에서 1958년 이후 64년 만에 웨일스 월드컵 본선 득점을 올린 개러스 베일의 발끝에 팬들의 시선이 쏠린다.
26일 오전 4시에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시작하는 잉글랜드와 미국의 경기는 미국 골키퍼 맷 터너와 잉글랜드 부카요 사카의 '창과 방패' 대결이 흥미롭다.
둘 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소속으로 사카는 이란과 1차전에서 두 골을 넣었고, 터너는 웨일스와 첫 경기에서 1실점으로 골문을 지켰다.
A조에서는 개최국 카타르가 25일 오후 10시 세네갈을 상대로 2차전을 치른다.
에콰도르와 1차전에서 0-2로 패배, 월드컵 사상 최초로 개최국 개막전 패배의 불명예를 당한 카타르가 이날 경기에서도 지면 이번 대회 참가국 가운데 가장 먼저 16강 진출이 좌절될 수도 있다.
카타르는 이번이 첫 월드컵 본선 무대다.
세네갈도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2로 져 이날 카타르와 세네갈의 맞대결은 패하면 곧바로 탈락인 '단두대 매치'가 될 전망이다.
23일까지 이번 대회 2골을 넣은 선수 5명 가운데 3명이 이날 경기를 치르는 A, B조에 몰려 있다.
이란의 타레미, 잉글랜드의 사카, 에콰도르의 에네르 발렌시아가 주인공들이다.
이들 3명이 이날 2차전에서도 추가 득점을 올리면 득점왕 후보로 경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