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3일 어렵게 연락이 닿은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내야수 박민우(29)의 목소리는 살짝 이상했다. 목이 쉰 것처럼 갈라져 있었다.
그는 '계약 축하한다'라는 취재진의 말에 "감사할 따름"이라며 "사실 (계약한 뒤) 방금까지 운동했다. 독하게 마음먹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는 계약 당일까지 강도 높은 운동을 소화할 정도로 책임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NC가 좋은 대우를 해준 만큼, 최고의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민우는 이날 NC와 초대형 FA 계약을 체결했다. 무려 계약기간 8년(5+3년)에 최대 140억원을 받는 조건이다.
이는 2020년 12월 허경민이 두산 베어스와 맺은 7년 최대 85억원을 뛰어넘는 프로야구 최장 계약 기록이다.
KBO리그 역사에서 8년 장기 계약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민우는 "사실 처음부터 NC에 잔류하려고 마음먹었다"며 "NC에 남는다는 생각으로 협상을 시작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후 "다만 NC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을 구단에 건의했고, 긍정적으로 고려해 주셨다"며 "나를 믿고 8년의 계약 조건을 제시해주신 구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실 8년 계약은 박민우에게 손해일 수 있다.
1993년생인 박민우는 다른 선수들처럼 4년 계약을 맺더라도 한 번 더 FA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8년 계약 중 3년은 옵션이다. 박민우는 5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남은 3년 계약이 날아갈 수 있다.
박민우는 "위험 요소는 알고 있으나 자신 있기 때문에 도장을 찍은 것"이라며 "최근 2년 동안 팬들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리고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년 전처럼 돌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계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우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3할 타율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리그 최고의 교타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2021년 징계를 받은 뒤 주춤했다.
올 시즌에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운으로 타율 0.267의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다.
그러나 NC는 박민우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부활할 것이라 믿는다.
박민우는 "2년 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양)의지 형, (노)진혁이 형 등 FA 선수들이 NC를 떠나면서 팬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NC는 약하지 않다. 나와 젊은 선수들이 빈자리를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