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무지개 복장' 탓에 경기장 입장이 불허되는 소동이 이어지자 국제축구연맹(FIFA)과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가 긴급회의를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웨일스축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64년 만의 월드컵 무대로 돌아온 어제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며 "그러나 협회 직원 등 일부 팬들이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입장 전 무지개 모자를 벗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소식에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21일 카타르 알라얀에서 펼쳐진 미국과 웨일스의 경기를 앞두고 웨일스의 전 여자축구 대표 선수인 로라 맥앨리스터를 비롯해 한 일부 팬들은 무지개 모자를 쓰고 갔다가 입장이 불허돼, 이를 숨기고 들어가야 했다고 주장했다.
맥앨리스터는 "몇몇 안전 요원이 모자가 '금지된 상징물'이라며 제지했다"며 "나는 FIFA가 이번 대회에서 성 소수자 인권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놨다는 사실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미국 CBS 방송 등에서 활동하는 축구 전문 언론인 그랜트 월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월은 21일 트위터와 자신이 발행하는 매체를 통해 성 소수자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무지개색 티셔츠'를 입고 경기장에 출입하려 했지만 안전 요원의 제지에 30분가량 발이 묶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요원이 와서는 내 옷이 '정치적'이라며 입고 입장할 수 없다고 했다"며 "요원 중 한 명은 내부에서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사태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FIFA와 미국 축구대표팀 모두 공개적으로 내게 무지개색 셔츠와 깃발이 이번 대회에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했다"며 "진짜 문제는 이번 월드컵에서 이 두 기관이 전혀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같은 날 덴마크 방송 TV2의 기자 욘 파그도 이른바 '무지개 완장'이라 불리는 원 러브 완장을 찼다는 이유로 현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덴마크 선수단의 숙소 주변에서 리포트를 촬영 중이던 그에게 현지 경찰이 다가와 이 완장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그가 "왜 이 완장을 찰 수 없나. 색깔 때문이냐"고 묻자 경찰은 짧게 "그렇다"고 답하며 이 장면을 촬영하던 카메라를 손으로 가렸다.
이후 파그는 자국 매체에 "내게 (완장 착용은) 정치가 아니라 인권"이라며 "정말 나는 그 누구도 자극할 의도는 없다. 한 번도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막에서 대략 30㎞ 떨어진 어둠 속에 서 있다"며 당국의 조치를 비판했다.
이같이 소동이 공론화되자 양측이 대책 마련을 위해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FIFA가 이번 '무지개 사태'에 대해 상당히 우려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신문은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24시간 안으로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슬람 국가 카타르에서는 동성애가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FIFA 측은 이번 대회에서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의 경기장 반입을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6일 FIFA 관계자는 영국 ITV 방송과 인터뷰에서 경기장과 팬존에서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소수자와 연대하는 의미가 뚜렷한 '무지개 완장'을 두고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FIFA는 승인받지 않은 장비라며 착용 시 옐로카드를 주겠다는 경고로 유럽 7팀의 '완장 캠페인'을 막았지만, 반발이 거세다.
독일은 '옐로카드' 제재는 전례가 없다며 FIFA의 결정이 적법한지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까지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