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커다란 승리를 자축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샴페인이다.
하늘로 날아가는 샴페인 마개와 넘쳐흐르는 거품은 지구촌 대부분의 곳에서 통하는 축하와 기쁨의 상징이다.
그러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초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기적의 주인공'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의 자축에서는 알코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종교적인 이유로 음주는 물론 주류 반입도 엄금해서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단은 '물'만으로도 흠뻑 취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2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2-1로 역전승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루사일의 기적'을 연출한 축구 대표팀의 선전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경기 다음 날인 23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
'우승 후보 0순위', 'A매치 36경기 연속 무패' 등 화려한 전적으로 무장한 아르헨티나를 격침한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말 그대로 '광란의 밤'을 보냈다.
영국의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아이티브이'가 공개한 라커룸 영상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미드필더 사미 나즈이는 라커룸 한가운데 테이블에 뛰어 올라가 물을 샴페인처럼 뿌리기 시작하며 흥을 돋웠다.
그러자 나머지 선수들도 흥겹게 노래하며 물을 뿌리고 노래를 불렀다.
경기 내내 냉정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주시했던 에르베 르나르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감독도 푸근한 미소와 함께 선수들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