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가족들과 함께 아르헨티나전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을 공개하고, 다친 선수가 긴급 수술을 받도록 개인 제트기까지 제공하면서 축구 팬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2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2-1로 앞선 채 후반 추가시간을 맞았다.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꺾는 기적을 눈앞에 뒀던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대표팀에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경기 종료 직전에 나왔다.
후반 추가시간도 4분 넘게 지나간 가운데, 골문 앞으로 올라온 공을 걷어내려던 사우디아라비아 골키퍼 무함마드 우와이스와 수비수 야시르 샤흐라니가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중에서 우와이스의 무릎에 턱을 가격당한 샤흐라니는 머리부터 그라운드에 떨어진 뒤 엎드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동료의 부상을 직감한 골키퍼 우와이스는 울부짖으며 경기 중단을 요청했지만, 아르헨티나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뒤에야 주심은 뒤늦게 그라운드에 의료진 투입 신호를 보냈다.
다행히 의식을 되찾은 샤흐라니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동료들을 안심시킨 뒤 들것에 실려 후송됐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은 2-1 리드를 끝까지 지켜 이번 대회 가장 큰 이변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팀은 승리했지만, 샤흐라니는 남은 월드컵을 뛸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쳤다.
사우디 신문 '알 리야드'는 "검진 결과 턱과 얼굴 뼈가 부러졌고, 치아도 일부 손상됐으며 내출혈 증세까지 보였다"고 전했다.
응급 수술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나섰다.
아랍에미리트 일간지 '걸프 투데이'는 "빈 살만 왕세자가 독일로 향하는 개인 제트기를 준비시켰다"고 보도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했다.
누구도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장면에서 이들이 긴장하며 경기를 지켜봤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친형이자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인 압둘라지즈와 어깨동무하고, 승리가 확정된 순간 가족들과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거함' 아르헨티나를 잡은 사우디아라비아는 후유증이 적지 않다.
핵심 미드필더인 살만 파라즈가 전반전 종료 직전 부상으로 교체된 가운데 샤흐라니까지 크게 다쳤다.
또한 6개의 무더기 옐로카드를 받은 것도 나머지 조별리그 일정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1994년 미국 대회 이후 28년 만의 월드컵 16강에 도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26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폴란드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