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월드컵 본선 첫 골에 도전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폴란드)와 다섯 번째 월드컵에 출전한 기예르모 오초아(37·멕시코)가 벌인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거미손' 오초아가 활짝 웃었다.
23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구칠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폴란드와 멕시코의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두 팀이 비긴 만큼 폴란드와 멕시코가 느끼는 기분도 비슷해야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후반 13분 폴란드가 페널티킥을 얻어 한 골을 넣을 기회가 있었는데 키커로 나선 레반도프스키의 슛을 오초아 골키퍼가 막아내며 0-0으로 비긴 터라 멕시코는 마치 이긴 것 같은 무승부를 거뒀다.
반대로 레반도프스키는 승점 1을 챙긴 것이 '불행 중 다행'이지만 못내 찜찜한 기분을 털어내지 못하고 2차전을 기약하게 됐다.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 격인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도 오초아에게 돌아갔다.
오초아는 FIFA와 인터뷰에서 "(수비수) 엑토르 에레라와 세사르 몬테스가 후방에서 레반도프스키를 완벽하게 막았다. 헤수스 가야르도의 수비도 훌륭했다"며 "수비진이 계획대로 움직이면서 상대의 득점 기회를 차단했다"며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그러나 오초아는 레반도프스키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면서 멕시코 월드컵 역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남겼다.
FIFA는 "멕시코가 월드컵에서 상대 페널티킥을 막은 건,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회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경기 이후 처음이다. 당시 멕시코 골키퍼 오스카르 본필리오, 아르헨티나 키커는 페르난두 파테르노스테르였다"고 전했다.
FC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레반도프스키는 자타가 공인하는 '득점 기계'다.
2021-2022시즌에는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리그 경기 35골을 포함해 총 50골을 넣었고,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로 이적해서도 리그 경기 13골 등 총 18골을 몰아치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 득점왕을 7번이나 한 레반도프스키는 A매치에서도 이 경기 전까지 134경기에서 76골을 넣을 정도로 클럽과 대표팀을 가리지 않는 골게터다.
A매치 경기와 득점 모두 폴란드 선수로는 가장 많은 레반도프스키지만 유독 월드컵 본선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조별리그 세 경기에 출전했지만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폴란드의 조별리그(1승 2패) 탈락을 막지 못했다.
이날 페널티킥을 넣었더라면 월드컵 본선 첫 골과 함께 폴란드에 승리를 선사할 좋은 기회였다.
레반도프스키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오초아는 세계적인 골키퍼다.
2006년 독일 대회부터 월드컵 무대에 선 오초아는 2006년과 2010년에는 한 경기도 뛰지 못한 후보였다.
그러다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그해 조별리그 브라질전에서 눈부신 선방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네이마르의 헤딩슛을 막는 등 여러 차례 신들린 선방으로 브라질전 0-0 무승부를 이끈 오초아는 그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네덜란드와 16강전에서는 멕시코가 1-2로 져 탈락했지만, 오초아가 워낙 여러 차례 결정적인 장면을 막아내 진 팀에서 최우수선수가 나오기도 했다.
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는 조별리그 1차전 독일전을 1-0 승리로 이끌었고, 대회 기간 25개의 세이브로 27개를 기록한 티보 쿠르투아(벨기에) 다음으로 많은 선방을 기록했다.
다만 오초아는 네 경기에서 25세이브를 남겨 쿠르투아(7경기 27세이브)보다 내용상 앞섰다.
이번이 사실상 세 번째 월드컵인 오초아는 한국과 인연도 깊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멕시코가 2-1로 한국을 눌렀을 때 골문을 지켰고, 지난해 도쿄올림픽에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나와 한국과 8강전에서 멕시코의 수문장으로 6-3 승리를 이끌었다.
레반도프스키는 2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2차전에서 다시 한번 월드컵 본선 첫 골에 도전하고, 오초아는 27일 아르헨티나를 맞아 또 철벽 방어를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