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물리친 사우디아라비아가 승리 다음 날인 23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축구에 죽고, 축구에 사는 나라답게 국민 전체가 기쁨에 휩싸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월드컵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감격이 더한 모습이다.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는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처음 본선에 올랐고, 데뷔 무대에서 조별리그 2승 1패로 잘 싸워 16강에 진출했다.
당시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와 경기에서 사에드 알 오와이란이 하프라인을 넘기 전부터 공을 잡아 질주를 시작, 수비수 세 명을 차례로 따돌리고 터뜨린 1-0 승리의 결승 골은 지금까지 '월드컵 역대 베스트 골'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후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프랑스에 0-4,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독일에 0-8로 졌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우크라이나에 0-4로 지는 등 나올 때마다 참패를 당해 체면을 구겼다.
2006년 이후 12년 만에 본선에 오른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도 개막전 러시아를 상대로 0-5로 졌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이집트전 2-1 승리에 이어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아르헨티나전 승리까지 따내면서 1994년 미국 대회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2연승을 달성했다.
우리나라도 월드컵으로 임시 공휴일을 지정했던 사례가 있다.
바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였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한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예상 밖의 선전을 거듭하며 4강까지 진출했고, 승전보가 전해질 때마다 임시 공휴일 지정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다.
그러나 대회가 열린 2002년 6월에 현충일과 지방선거일로 휴일이 많았고, 독일과 준결승이 열린 25일은 당시 6월 15일 제1연평해전에 이은 6·25라는 분위기와 수출에 미치는 영향 등의 이유로 임시 휴일 지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한국이 결승에 진출하면 결승전 다음 날인 7월 1일을 임시 공휴일로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다가 결국 4강전 승패와 관계없이 한일월드컵 폐막 다음 날인 7월 1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당시 정부는 "우리 대표팀의 기적과 같은 월드컵 4강을 기념하고, 국민의 헌신적인 응원과 하나 되는 환호에 보답하기 위해 7월 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스포츠 관련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 두 번째였다.
최초 사례는 1988년 9월 17일 서울올림픽 개막일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1981년 서울올림픽 유치 이후 온 나라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준비 체제였다고 할 만큼 '86·88'이 당면과제였기 때문에 토요일이었던 1988년 9월 17일의 공휴일 지정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조치였다.
당시 토요일은 지금과는 다르게 관공서와 회사, 학교 등이 대부분 오전 근무 및 등교를 해야 했다.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 때는 임시 공휴일 지정이 되지 않았다.
한국과 브라질의 준결승이 열린 6월 16일은 목요일이었는데 당시 기사들을 보면 '각급기관 공무원들과 일반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정상 출근했으나 제대로 사무를 보는 곳은 거의 없었다'고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