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아프리카의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뒤 캐나다와 프랑스에 각각 정착해 축구 국가대표가 된 두 선수가 2022 카타르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를 밟았다.
23일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캐나다팀의 알폰소 데이비스(22)와 프랑스팀의 에두아르도 카마빙가(20)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 난민 캠프에서 생활한 이력이 있다.
특히 데이비스와 카마빙가는 각각 유엔난민기구 글로벌 친선대사, 서포터로서 전 세계 난민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의 얼굴 격인 친선대사는 서포터와 달리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승인과 유엔사무총장 임명 절차를 거친다.
세계적인 수비수로 평가받는 데이비스는 지난해 3월 축구선수로서는 처음 글로벌 친선대사에 임명됐다. 캐나다인으로서도 글로벌 친선대사 직책은 처음이다.
그는 내전을 피해 고국을 떠난 라이베리아인 부모가 가나의 난민촌에 머물 때 태어났고, 5살 때 가족과 캐나다로 이주해 정착했다.
2016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2017년 역대 최연소 캐나다 국가대표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미국프로축구(MLS) 소속인 캐나다팀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뛰다가 2018년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으로 옮겼다.
데이비스는 24일 오전 4시(한국시간) 벨기에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 나선다.
그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이런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우리는 월드컵에 참가한다. 그 누구도 당신의 꿈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하게 두지 마라. 계속 꿈을 꾸고, 계속 성취하라"라는 소감을 밝혔다.
카마빙가는 지난해 여름부터 난민을 돕는 서포터 활동을 시작했다.
앙골라의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2002년생인 그는 이듬해 가족과 함께 프랑스 북부로 이주해 정착했다. 11살 때 집에 큰 화재가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던 시절에도 축구를 탈출구로 삼았다.
그는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스타드 렌을 거쳐 유럽 축구 최강으로 꼽히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에서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다.
과거에 SNS를 통해서는 "난민 출신으로서 축구가 어떻게 삶을 바꾸는지를 경험했다. 스포츠는 난민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효과적이다"라며 유엔난민기구의 활동을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난민 출신은 아니지만, 독일팀의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32·맨체스터 시티)도 지난해 초부터 유엔난민기구 서포터로 활동 중이다.
튀르키예계 독일인인 그는 난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엔 중동 전역에서 추운 날씨에 직면한 난민을 돕기 위한 캠페인에 동참했다.
난민 장학금 기금 모금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젊은 층에 속하는 난민의 3%만 고등 교육을 받고 있다는 상황을 문제점으로 거론하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도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세 명의 선수는 각자 영역에서 전 세계 강제 실향민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헌신적으로 활동해왔다"며 "높은 수준에서 국가를 대표하며, 인간의 잠재력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선수들과 같은 사례를 통해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을 포함해 누구나 기회만 주어진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