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다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무시하지 마라."
22일(현지시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거꾸러뜨리는 '대이변'이 펼쳐지자 SNS나 아시아 축구를 다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온다.
월드컵 무대에서 이뤄진 국가대표팀 간 A매치 결과에 대륙 클럽대항전을 거론하는 이유는 사우디가 자국 프로리그 최강팀 알힐랄을 근간으로 조직된 팀이어서다.
이날 아르헨티나전에 나선 11명의 사우디 선수 중 무려 9명이 알힐랄 소속이다.
센터백 하산 탐박티(알샤바브), 오른쪽 측면 공격수 피라스 부라이칸(알파테흐)을 제외하면 모두가 알힐랄 한 팀에서 시즌 내내 발을 맞추던 선수들이다.
국가대표팀이 조직력을 요구하는 수비라인에 자국 프로리그 챔피언팀 수비진을 그대로 '이식'하는 사례는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대회 사우디처럼 골키퍼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전 포지션에 걸쳐 특정 클럽 전열을 '복사'하다시피 한 사례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프랑스 출신 에르베 르나르(54) 사우디 감독의 과감한 시도는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우승 후보를 상대로 승점 3을 획득하는, 짜릿한 성과로 이어졌다.
동점골의 주인공 살리흐 샤흐리와 역전골을 터뜨린 살림 다우사리 모두 알힐랄 소속이다.
특히 기계처럼 오르내리는 오프사이드 트랩으로, 아르헨티나가 전반전에만 오프사이드 7개를 기록하게 만든 수비라인이 빛났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SAOT) 영상을 보면 아르헨티나가 전반전 기록한 오프사이드 중 상당수가 '간발'의 차이로 결정됐다.
(루사일=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후반 상대 선수와 부딪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2022.11.22 [email protected]
고도의 수비조직력을 갖춘 팀만 만들 수 있는 장면들이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밀란) 등 특급 골잡이들을 앞세우고도 필드골 없이 페널티킥으로만 1골을 넣은 채 침몰했다.
알힐랄은 사우디를 넘어 아시아 최강 클럽으로 꼽힌다.
ACL에서 통산 4차례 우승해 이 부문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대회 결승에서 K리그의 포항 스틸러스를 2-0으로 완파한 현 챔피언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는 2021년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 아메리카) 챔피언이다.
사우디가 알힐랄과 거의 같은 팀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ACL 우승팀이 코파 아메리카 챔피언과 맞대결에서 당당히 승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알힐랄은 한국과 인연이 깊은 구단이기도 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한국 국가대표로 나섰던 수비수 장현수가 현재 알힐랄 소속이다.
이날 사우디 수비라인에서 탐박티를 빼고 장현수를 배치하면 그대로 알힐랄의 포백 수비라인이 만들어진다.
현재 지도자 생활을 하는 곽태휘도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알힐랄 센터백으로 활약한 바 있다.
한편, 르나르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뒤 한국 사령탑으로 거론됐다가 불발된 인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