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사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를 앞세운 세계적인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된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르베 르나르(프랑스) 감독은 '새 역사'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르나르 감독은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을 마치고 "사우디 축구에 영원히 남을 새 역사가 만들어졌다. 하늘의 모든 별이 우리를 위해 늘어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코트디부아르와 모로코 대표팀, 프랑스 릴 등을 이끈 경험이 있는 르나르 감독은 이번 월드컵 예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지휘봉을 잡고 본선행을 지휘했고, 첫 경기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승리를 이끌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51위로 이번 월드컵 본선에 나선 32개국 중 두 번째로 순위가 낮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3위다.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을 앞두고 아르헨티나는 최근 A매치 36경기에서 무패를 달릴 정도로 흐름이 좋아 우승 후보로까지 꼽혔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메시가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르나르 감독은 "때로는 완전히 미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게 축구"라며 "축구에선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에 대해선 "전반엔 전술적으로 좋지 않았다. 콤팩트하게 차단했지만, 센터백과 미드필더 레안드로 파레데스에 대한 압박은 충분하지 않았다"며 "그때 두 번째 골도 내줬다면 경기는 끝났을 것"이라고 되짚었다.
하프타임에 전열을 정비해 대역전극을 끌어낸 그는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환상적인 팀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며 상대에 대한 존중도 잊지 않았다.
이어 르나르 감독은 "축하할 시간은 20분이면 충분하다.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며 "우리는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폴란드, 멕시코와의 대결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대이변'의 제물이 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전적으로 존중한다. 기술적인 선수들로 구성된 좋은 팀이며, 신체적으로도 잘 준비됐다"고 상대를 추켜세웠다.
이어 "전반전에 잘 뛰었지만, 하프타임 이후 4∼5분 동안 상대가 유효 슈팅 두 개로 두 골을 넣었다. 두 번의 갑작스러운 순간에 경기가 바뀌었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칼로니 감독은 전반에 추가 골을 노린 상황에 연이어 오프사이드가 지적돼 득점이 취소된 데 대해선 "이유는 '밀리미터'였다. 오프사이드가 어느 골 상황에서 우리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거라고 인지하고 있었는데, 이번 경우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이 우리의 골을 앗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슬픈 날이지만, 고개 숙이지 말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면서 "오늘의 결과와 관계없이 우리는 모든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반등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