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 신화=연합뉴스)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2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잉글랜드와의 경기 전에 이란 국가가 나오자 제창하지 않은 채 서 있다. 이란 선수들은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기로 하면서 시위대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에선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돼 의문사한 뒤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2022.11.22 [email protected]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 언론들은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국가를 제창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채 자국 팀 패배를 서방의 '심리전' 탓으로 돌렸다.
21일(현지시간) 현지 신문들은 잉글랜드전에 출전한 이란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때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고 침묵한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
이란 당국은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이란 팀이 잉글랜드에 2-6으로 패배한 후 21∼22일 밤사이 인파가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했다.
앞서 경기를 중계한 국영 IRIB 방송은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선수들의 얼굴을 비추는 대신 경기장 전경 화면을 내보냈다.
외신들은 이란 선수들의 '국가 보이콧'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이는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내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란 현지 국영·반관영 언론들은 잉글랜드전의 패배 이유가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심리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일간 케이한은 22일자 신문 1면 제목을 '이란 2 vs 잉글랜드·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와 반역자들 6'으로 뽑았다.
전날 축구 경기가 단순히 잉글랜드를 상대로 싸운 것이 아니라 역내 적성 국가인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반대 세력에 맞선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케이한은 "이번 패배는 몇 주 전부터 이란 내·외부에 근거지를 둔 배반자들의 전례 없는 심리전에 의해 나온 것"이라면서 "정치적인 미국 등 서방 매체들이 이란 대표팀의 정신을 훼손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도하=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1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 대 이란 경기에서 이란 축구팬 들이 응원하고 있다. 2022.11.22 [email protected]
또 다른 신문 바타네 엠루즈는 반정부 시위대가 잉글랜드전의 굴욕적인 패배를 기뻐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란 대표팀이 실점할 때 환호하고 차량 경적을 울리는 시위대는 외부 세력의 영향을 받은 반역자들이라고 비난했다.
개혁 성향 일간지 샤르그는 이란팀의 어떤 선수도 정신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미니는 지난 9월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달 16일 숨졌다. 이 사건은 이란 내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 19일 기준 미성년자 58명을 포함해 410명의 시위 참가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이란 당국은 미국 등 서방 세력이 이란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시위를 조직·조장한다고 주장해 왔다.
(도하=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21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잉글랜드 대 이란 경기.
잉글랜드 골키퍼 조던 픽퍼드가 골문 앞 공중볼을 처리하고 있다. 2022.11.22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