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두산 베어스 후배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양의지(35·두산 베어스)는 2016년 두산에서, 2020년에는 NC 다이노스에서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4년 만에 두산 복귀를 확정한 날, 양의지는 "제가 은퇴하기 전까지 두산 후배가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는 걸 꼭 보고 싶다. 내가 개인 세 번째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는 것보다 그 모습이 더 이상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생애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양의지는 22일 두산과 4+2년 최대 152억원에 계약했다.
4년 동안 110억원(계약금 44억원·연봉 총 66억원)을 받고, 2026시즌 종료 뒤 선수가 2년 최대 42억원의 계약 연장 여부를 택하는 조건이다.
2018년 12월 11일 NC 다이노스와 4년 125억원에 FA 계약했던 양의지는 4년 만에 프로 생활을 시작한 두산으로 돌아왔다.
박정원 두산 구단주의 '스포일러'가 있었다.
21일 오후 박정원 구단주가 '친구 공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한국프로야구 FA 시장을 흔들었다.
사진에는 박정원 구단주가 이승엽 감독, 양의지와 함께 웃고 있었다.
양의지는 "어떻게 그 사진이 유출됐는지 모르겠다. (17일 저녁의) 만남은 내가 계약을 고민하던 때였다. 실제로 21일 밤까지 고민했다"며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가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NC 양의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11.24 [email protected]
2023년 FA 시장 최대어로 꼽힌 양의지는 NC 잔류와 두산 복귀를 놓고 고민했다.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양의지는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그는 "(원소속팀) NC도 내게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 여러 상황이 두산 쪽으로 마음을 기울게 했다"며 "김택진 NC 구단주님과 NC 구단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사과 인사가 이어졌다.
양의지는 "4년 동안 정말 많이 응원해주신 NC 팬들께도 죄송한 마음뿐이다. 가족이 모두 창원으로 와서 지냈는데 아파트 주민들께서 우리 가족을 정말 따듯하게 대해주셨다"며 "두산과 NC에서 함께 뛴 이용찬, 박건우, 올해 동료가 된 손아섭 등과 통화했는데…. 정말 찡했다. 나도 NC를 떠나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두산 팬들과의 재회는 양의지의 마음을 다시 들뜨게 한다.
양의지는 "그동안 두산과 NC에서 보여드렸던 것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4년 전 두산을 떠나면서 느꼈던 죄송한 마음까지 더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며 "벌써 두산 팬들의 축하 인사를 많이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두산 팬들은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과 '당대 최고 포수' 양의지의 만남이 만들 상승 동력을 기대한다.
양의지는 "나도 이승엽 감독님과 함께 뛰는 건, 엄청난 영광이다. 레전드였던 이승엽 감독님이 지도자로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경기장 안팎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연합뉴스) 양의지가 22일 서울시 잠실구장 두산 베어스 사무실에서 FA 계약을 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2.11.22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양의지는 모두가 인정하는 현역 최고 포수다.
양의지의 개인 통산 타격 성적은 타율 0.307, 228홈런, 944타점이다.
NC에서 뛴 최근 4년 동안에도 양의지는 타율 0.322, 103홈런, 39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투수 리드 부문에서도 최고점을 받았다.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양의지는 여전히 공수에서 후배 포수를 압도했다.
두산은 양의지에게 최대 6년 계약을 제시했다. 30대 중반의 포수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였다.
양의지는 "프로 생활을 시작한 두산에서 마흔이 넘을 때까지 선수로 뛸 수 있게 됐다. 개인 성적은 물론이고, 두산 후배들에게 길잡이 역할까지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모범적인 선배가 되겠다. 그리고 꼭 두산 왕조를 재건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