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잇따르던 각 팀의 '부상 악재'가 개막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중동의 극심한 더위를 피해 이전 월드컵들과 달리 11∼12월에 대회가 열리면서 소속팀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선수들이 정작 본선에선 제대로 뛸 수 없는 상황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잉글랜드의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21일 오후 10시(한국시간)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앞둔 현지 기자회견에서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레스터 시티)과 베테랑 수비수 카일 워커(맨체스터 시티)가 출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서 외면받았으나 최종 엔트리에 전격 발탁된 매디슨은 소속팀 경기에서 무릎 통증을 호소, 카타르에 와서도 훈련에 차질을 빚었다.
오른쪽 측면 수비를 책임져야 할 워커는 사타구니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데, 아직 경기에 나서긴 시기상조라는 게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판단이다.
22일 1시 세네갈과 A조 1차전을 치르는 네덜란드도 공격수 멤피스 데파이(FC 바르셀로나)를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 탓에 가동하지 못한다.
루이 판할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은 "세네갈에 사디오 마네(바이에른 뮌헨)가 빠진 것처럼 우리에게도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네는 지난 8일 소속팀 경기에서 정강이뼈를 다쳐 수술을 받게 돼 대표팀 '낙마'가 결정된 바 있다.
벨기에의 A매치 최다골 기록(68골) 보유자 로멜루 루카쿠(인터밀란)도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관계자를 인용해 루카쿠가 모로코와의 F조 2차전까지 준비되지 않을 것이며,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H조 첫 경기 상대인 우루과이의 수비수 로날드 아라우호(바르셀로나)도 부상으로 조별리그 2차전 정도까진 나서지 못할 거라는 보도가 스페인어권 매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9월 말 오른쪽 허벅지 근육을 다친 아라우호는 우루과이의 도하 입성 이틀째인 20일 별도의 재활 훈련을 진행했다.
프랑스의 간판 공격수이자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인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는 도하에 온 뒤 부상 탓에 월드컵 출전이 불발됐다.
그는 팀 훈련 중 왼쪽 허벅지 통증을 느껴 중단했고, 검진 결과 대퇴직근을 다쳐 3주가량의 회복 기간이 예상돼 결국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프랑스는 벤제마의 대체 선수를 발탁하지 않고 25명으로 이번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이미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첼시)와 폴 포그바(유벤투스)가 부상으로 엔트리조차 들어오지 못한 가운데 공격의 핵심인 벤제마까지 빠지면서 타이틀 방어 도전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프랑스의 D조 1차전 상대인 호주도 경기를 이틀 앞두고 주전 윙어 마틴 보일(하이버니언)을 잃었다.
소속팀에서부터 무릎 부상에 시달리던 보일은 출전을 위해 막판까지 노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마르코 틸리오(멜버른 시티)에게 자리를 넘겨야 했다.
이들 외에 독일의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 포르투갈의 디오구 조타(리버풀) 등 각국 대표급 선수들이 최종 엔트리에 이름도 올리지 못하거나 포함되고도 낙마하는 일이 숱하게 벌어졌다.
운동선수에게 부상 위험은 늘 존재하지만, 이번 월드컵 전후로 유독 다치는 선수가 많이 나오는 건 일정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도하=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황희찬(왼쪽부터), 김민재, 황인범, 김진수가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회복훈련으로 실내자전거를 타고 있다. 2022.11.15 [email protected]
월드컵 출전 선수의 상당수는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비유럽권 국가에도 각국의 핵심 선수는 대체로 '유럽파'다.
유럽 각국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대항전에선 월드컵을 앞두고 일정이 빼곡하게 이어지며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월드컵 직전까지 클럽 일정을 강행한 대가를 지금 치르는 셈이다.
24일 우루과이와 H조 첫 경기를 앞둔 한국 대표팀도 '부상 변수'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파 뿐만 아니라 치열한 시즌 막바지 경쟁을 치르고 온 K리거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안와 골절상은 상대 선수와의 강한 충돌 탓에 일어난 상황이었다지만, 수비수 김진수(전북), 공격수 황희찬(울버햄프턴) 등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도하에 와서도 팀 훈련을 원활히 진행하지 못했다.
19일엔 수비수 윤종규(서울)도 햄스트링에 불편감을 느껴 팀 훈련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