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23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개막을 하루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한국야구위원회(KBO)에 검사와 수사관이 찾아왔다.
개막 전날의 설렘이 참담한 기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김수민 부장검사)는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O 사무국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확히는 중계권 등 여러 사업을 담당하는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 간부가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이 간부는 '배임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의 횡령·로비 혐의의 연장선이다.
검찰은 KBOP 간부가 중계권 협상 등에 관한 직무상의 이점을 이용해 해당 업체로부터 금품 등의 대가를 받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장정석 단장이 지난해 포수 박동원(현 LG 트윈스)과 계약 조율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해임됐다. KIA 구단은 29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한 뒤 "품위 손상 행위를 한 장정석 단장을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올 2월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 스프링캠프 당시 평가전을 지켜보는 장 단장. 2023.3.29 [연합뉴스 자료사진] [email protected]
KBO리그 팬들이 받은 충격은 두 배로 크다.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이 선수에게 '자유계약선수(FA) 계약 금액을 높여주겠으니 일정 금액을 되돌려달라'며 '뒷돈'을 요구해 해임된 데 이어, KBO리그의 주요 수익원인 중계권을 담당하는 KBOP 간부가 '금품 등의 대가'를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KBOP 간부와 장정석 KIA 단장은 한국프로스포츠에서 가장 많은 돈이 오가는 프로야구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41번째 KBO리그 개막을 앞둔 현재, KBO 관련 타임라인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4강'을 목표로 출항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은 1라운드 탈락의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 대표팀의 준비 과정은 물론이고, 외향을 키우다가 내실은 다지지 못한 야구계 전체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이 미성년자 관련 범죄 행위 혐의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실망감은 더 커졌다.
롯데 구단은 서준원을 곧바로 방출했다.
KBO리그는 4월 1일에 개막한다.
여러 채널을 통해 올해 프로야구의 시작을 알리고 팬들의 응원을 청했지만, KBO리그 전체 행정을 담당하는 KBO 간부, 구단 실무 최고 책임자(단장), 유망주로 불리던 선수 등 프로야구 주요 구성원들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