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오타니 상대해 본' 김재호 "일본전,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길"(영종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는 2015년 프리미어12 일본과의 준결승을 떠올리면 여전히 아찔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호주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8일 귀국한 김재호는 취재진과 만나 "프리미어12 준결승은 내 인생 최악의 경기였다. 아직도 영화처럼 그 장면이 스쳐 간다"고 운을 뗐다.
당시 한국은 '적지'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준결승전을 치렀다.
일본 선발 투수는 오타니 쇼헤이(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당시 닛폰햄 파이터스)였다.
한국은 오타니의 구위에 눌려 고전했고, 김재호는 0-1로 뒤진 4회말 1사 1, 2루에서 시마 모토히로의 땅볼 타구를 어려운 바운드임에도 잘 낚아챘지만 2루에 악송구했다.
이 사이 선행 주자가 홈을 밟고, 일본은 추가점까지 뽑아 3-0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한국은 6이닝 2피안타 무실점 10탈삼진으로 호투한 오타니가 물러난 뒤, 반격을 시작했다.
0-3으로 뒤진 9회초에 4점을 뽑으면서 '도쿄 대첩' 사례를 또 하나 추가했다.
일본을 극적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미국마저 누르고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김재호는 대회 기간 19타수 8안타 타율 0.421로 활약하며 '우승의 주역'으로 꼽혔다.
그는 프리미어12 최종 결과에 뿌듯해하면서도 준결승전에서 범한 실책의 악몽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김재호는 "내가 실책을 범해서 이겼다고 위로하신 분도 있었다. 그런데 그 중압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정말 일본에서 벌이는 한일전은 긴장감이 극대화된다"고 회상했다.
타석에서 본 투수 오타니와 다른 일본 투수들의 위력도 여전히 생생하다.
김재호는 "일본 투수들은 정말 대단하다"며 "프리미어12 일본전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공'을 보기도 했다"고 일본 투수들의 기량을 인정했다.
(오사카=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6일 오사카돔에서 열리는 WBC 일본 대표팀과 한신 타이거스의 연습경기.
일본 오타니(왼쪽 두 번째)와 다루빗슈(오른쪽 두 번째)가 경기 시작을 앞두고 그라운드에 대기하고 있다. 2023.3.6 [email protected]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도 한일전이 열린다. 한국은 10일 오후 7시에 도쿄돔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이번 대회에서도 일본이 한 수 위의 전력을 갖췄다.
그러나 승패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김재호는 "우리 대표팀도 강하다.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합류하면서 전력도 강화했다"며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나도 TV를 보며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인 조언도 했다.
김재호는 "일본을 상대로 경기 초반에 대량 실점을 하면 뒤집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수비가 매우 중요하다"며 "일본에는 큰 바운드의 타구를 보내는 타자들이 많다. 우리 야수들이 그런 타구에도 잘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일전에는 기량 외의 변수도 승패에 영향을 끼친다.
김재호는 "기 싸움이 실제로 존재한다. 우리 선수들이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재호는 WBC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면서 KBO리그 2023시즌을 준비한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1985년생 최고참 김재호가 스프링캠프 기간에 후배들과 똑같이 훈련했다. 베테랑들에게 야간 훈련은 자율에 맡겼는데, 김재호가 모두 참여하더라"며 "베테랑이 팀과 야구를 향한 열정을 보여주면서 캠프 분위기가 더 좋았다"고 칭찬했다.
김재호는 "현역으로 뛸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열정을 불태우고 싶었다"며 "최근 3년 중 가장 몸 상태가 좋다. 두산 팬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올해 팬들에게 웃음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