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후반 28분, 브라질 공격수 히샤를리송(25·토트넘)의 오른쪽 발끝에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가장 멋진 골이 터졌다.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이 2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세르비아를 2-0으로 물리치고 삼바 춤을 췄다.
승리의 주역은 손흥민(30)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는 동료이자 경쟁자인 히샤를리송이었다.
브라질의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히샤를리송은 세르비아의 왼쪽 측면을 제집 드나들 듯 맘대로 휘저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레알 마드리드)와 찰떡 호흡을 뽐내며 월드컵 데뷔전에서 두 골이나 뽑아 스타 탄생을 알렸다.
지난 10월 토트넘에서 정규리그 경기를 치르다가 종아리를 다쳐 대표팀 최종 승선마저 불투명했던 히샤를리송은 브라질의 9번을 달고 출전한 이날 월드컵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0-0으로 맞선 후반 17분, 비니시우스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찬 슈팅을 골키퍼가 쳐내자 히샤를리송은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을 쭉 밀어 가볍게 툭 차 넣어 선취골을 뽑았다.
수비수 뒤에 있었지만, 공이 근처로 날아오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동물적인 감각으로 골문을 가르고 히샤를리송은 포효했다.
11분 뒤 터진 추가 골은 이번 대회 16경기에서 나온 득점 중 가장 환상적이었다.
다시 비니시우스가 왼쪽에서 일자로 패스를 정확하게 찔러주자 히샤를리송은 왼발로 볼을 잡아 공중에 띄운 뒤 몸을 한 바퀴 돌려 넘어지며 온 힘을 실은 강력한 오른발 터닝 슛으로 세르비아 왼쪽 골문을 관통했다.
세르비아 수비수와 골키퍼 모두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대포알처럼 빠르게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FIFA는 공식 트위터에 히샤를리송의 득점 영상을 여러 차례 올리며 "이 장면을 보지 못한 팬들은 분명히 후회할 것이다. 히샤를리송이 엄청난 일을 벌였다"고 썼다.
현역 시절 '발칸의 마라도나'라는 애칭으로 시대를 풍미한 세르비아의 축구 영웅이자 현 대표팀 감독인 드라간 스토이코비치(57)는 히샤를리송의 두 번째 골이 터지자 할 말이 없다는 듯 벤치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은 채 패배를 받아들였다.
슈팅 수 24-4, 유효 슈팅 10-0의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좀처럼 세르비아의 골문을 열지 못한 브라질은 원 톱으로 출전한 히샤를리송의 멀티골 활약 덕분에 20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히샤를리송은 프랑스의 올리비에 지루(AC 밀란), 잉글랜드 부카요 사카(아스널) 등 5명과 함께 2골로 득점 공동 1위에 올라 '골든 부트'를 향한 경쟁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 격인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의 영예도 히샤를리송이 차지했다.
히샤를리송은 "훈련 때 (두 번째 골과) 비슷한 동작으로 골을 넣었다. 연습한 대로 했다"며 "내가 원하는 건, 멋진 골보다 다득점"이라고 득점왕을 향한 의욕도 드러냈다.
'부상으로 인한 월드컵 출전 불발'의 위협이 사라지자, 히샤를리송의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히샤를리송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 출전을 간절히 바랐다.
지난 8일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 그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초조한 듯 명단 발표 중계 화면도 쳐다보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가족들과 얼싸안고 방방 뛰며 기뻐했다.
그는 "종아리 검진 결과가 나올 때마다 나는 지옥에 떨어지는 것 같았다. 월드컵 출전이 확정되기 전까지 심리적으로 무척 힘들었다"며 "카타르에 왔고 첫 경기를 치렀다. 1차전에서 승리했으니, 2차전을 위해 다시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한국시간으로 29일 오전 1시에 스위스와 2차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