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독일축구협회(DFB)의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회장은 이틀 뒤 개막하는 월드컵에서 '축구에만 집중하자'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노이엔도르프 회장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루와이스의 알샤말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권과 관련된 주제보다는 오직 축구에만 집중하자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우리를 짜증 나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FB가 FIFA의 제안대로 축구 외적인 문제에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달 초 월드컵 개최지 카타르를 둘러싸고 노동자·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불거지자 FIFA는 이달 초 32개 참가팀에 편지를 보내 "축구에 집중하자"고 권고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이 편지에서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지난 10일에는 단순히 '권고'를 넘어서 인권 존중을 촉구하는 표어가 적힌 셔츠를 입으려는 덴마크축구협회(DBU)에 직접 제동을 걸기도 했다.
당시 야콥 옌센 DBU 회장은 "FIFA가 거부의 배경으로 '기술적 이유'를 들었다"고 유감을 표했다.
FIFA는 선수가 사용하는 장비에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문구나 이미지가 담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옌센 회장은 "'모든 사람을 위한 인권'이라는 표어는 정치적 발언이 아닌 보편적 문구"라면서 "모든 사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18일 노이엔도르프 회장은 옌센 회장을 옹호했다.
노이엔도르프 회장은 "DBU의 표어는 정치적인 선언으로 공표된 탓에 금지됐다"며 "사실 이는 인권에 관한 것으로 정치적인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권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이면서 이를 존중할 만한 구속력이 있는 가치"라고 짚었다.
아울러 자국팀 주장인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의미를 닮은 '무지개색 완장'을 차는 일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앞서 잉글랜드, 벨기에, 덴마크, 독일 등 유럽 팀 주장들은 무지개처럼 여러 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차고 이번 월드컵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럽팀 주장들은 성 소수자 처우 논란이 불거진 카타르에 항의하고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이 완장을 착용하기로 한 것이다.
노이엔도르프 회장은 "개인적으로는 이에 따른 벌금까지 감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완장 착용은) 정치적인 게 아니라 인권에 대한 성명"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는 노동자, 성 소수자 인권 등을 둘러싸고 유럽 등 서방과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 나라에서 동성애는 형사 처벌 대상이다.
노이엔도르프 회장은 지난 7월에도 스포츠 매체 키커와 인터뷰에서 "이번 월드컵은 가장 논란이 많은 대회가 될 것"이라며 카타르가 인권·언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더 애써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