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벤투호의 측면을 책임지는 황희찬(26)과 올여름까지 한솥밥을 먹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수비수 코너 코디(에버턴)가 "축구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AP통신에 따르면 코디는 17일(현지시간) 카타르의 알와크라에서 열린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여기에 다른 것보다도 축구를 하러 왔다"면서 "선수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이 훌륭한 스포츠가 모두를 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린 정치인이 아니고, 정치인처럼 사태를 바라볼 수도 없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의 몇 년간 행보를 돌아보면 우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늘 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커스 래시퍼드와 라힘 스털링이 경기장 밖에서 얼마나 사람들을 도왔는지 보라"며 "우리가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타인을 돕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는 노동자, 성 소수자 인권 등을 둘러싸고 유럽 등 서방과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 나라에서 동성애는 형사 처벌 대상이다.
잉글랜드는 이 문제와 관련해 독일과 함께 카타르에 날을 날카롭게 세우는 곳으로 꼽힌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최근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싸고 불거진 노동 착취, 성 소수자 탄압 논란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FA 측은 이번 주 내로 FIFA 측과 만나 카타르 노동 환경의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장이자 손흥민의 '단짝' 해리 케인도 무지개 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차고 월드컵에 임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성 소수자 처우 논란이 불거진 카타르에 항의하고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이 완장을 착용하기로 한 것이다.
코디는 이날 회견에서 경기 중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펼칠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당장은 그 퍼포먼스를 할지 팀 차원에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가오는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주 안으로는 우리끼리 그 문제를 따져볼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선수들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에서 경기 전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펼쳐왔다.
리버풀 유스 출신인 코디는 2015년 허더스필드에서 울버햄프턴으로 이적해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울버햄프턴에서만 30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팀의 주장까지 맡은 그는 올여름 돌연 에버턴으로 적을 옮겼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월드컵 대표팀 승선을 원한 코디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벌기 위해 임대 신분으로 팀을 떠난 것으로 봤다.
결국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부름을 받으며 코디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잉글랜드는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10시에 이란과 맞붙으며 B조 조별리그의 포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