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농구 서울 삼성에서 '높이'를 담당하는 빅맨 이원석은 리바운드의 개념을 넓게 해석했다.
이원석은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kt와 홈 경기에서 66-6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는 데 힘을 보탰다.
고비 때마다 골밑에서 차곡차곡 득점을 쌓으며 총 13점을 올린 이원석의 활약에 승부처였던 3, 4쿼터 삼성이 kt의 공세를 버텨냈고, 종료 2분 전 기어코 역전에 성공했다.
207㎝의 이원석은 국내 선수 중 최고 높이를 자랑하며 외국인 선수와도 치열한 높이 싸움을 펼친다.
그러나 이날 이원석의 리바운드는 3개에 그쳤다.
이달 4일 고양 캐롯과 경기에서 리바운드 21개를 잡아냈지만, 사실 이외 11경기에서는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따낸 적이 없다.
체격과 힘에서 밀려서 최고 높이 자체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지만, 공을 안정적으로 따내는 일에는 고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원석은 자신이 잡아 공식적으로 수치를 인정받는 것만이 리바운드가 아니라고 봤다.
팔을 쭉 뻗고 힘껏 도약해 '공중전'을 펼치는 중에 손에 공이 한 번이라도 걸려서 공격권이 팀으로 넘어가기만 하면 사실상 리바운드를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내가 잡는 것뿐 아니라 상대 선수들과 싸워주는 과정에서 팀원이 공을 잡는 것도 리바운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팀이 공격하는 중에 내가 그 공을 다시 가져와서 공격권을 확보하는 게 바로 보람 있는 리바운드"라고 설명했다.
이원석은 "득점이나 리바운드를 특별히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내 할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감독님이 말씀해주셨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할 일이 '수비'라고 한 이원석은 팀이 동점을 이뤘던 4쿼터 초반 양홍석에게 3점을 준 장면이 계속 생각난다고 했다.
그는 "3쿼터 막판부터 우리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오기 시작했는데, 4쿼터 시작하자마자 내가 양홍석 형에게 3점을 줘버렸다"며 "그걸 따라잡아야 하는 순간이 계속 승부처가 됐다"고 돌아봤다.
이원석은 올해 4월 새로 부임한 은희석 감독의 지도 방식을 팀 내에서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은 감독이 연세대를 이끌 때 이원석이 핵심 빅맨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연일 근성과 활동량을 강조하는 은 감독의 지도 방식을 두고 이원석은 "프로팀에 오셔서 더 카리스마를 뿜고 계시다"고 짚었다.
이원석은 "사실 대학 때는 감독님이 미리 잡아두신 시스템 위에서 내가 시작을 했지만, 지금은 감독님이 새 체계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만들고 계신다"면서도 "팀이 많이 잡힌 상태라서 요즘은 감독님이 편하게도 해주신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