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우승을 차지한 일본 대표팀 투수들의 보며 많은 한국 야구인이 '구속'에 놀랐다.
하지만 이미 시속 16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의 눈에는 더 세밀한 부분이 보였다.
23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안우진은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에 놀랐다. 빠른 공을 던지는 데 제구까지 뛰어나니 WBC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지난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WBC 결승전, 미국과의 경기에 등판한 일본 투수 7명은 모두 최고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졌다.
구속이 가장 낮은 도고 쇼세이(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92.4마일(약 149㎞)이었다.
베이스볼서번트가 측정한 결승전 일본 투수들의 패스트볼 구속은 한국 야구의 시선에서는 놀라운 수준이었다.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가 최고 시속 152㎞(평균 150㎞), 도고가 최고 150㎞(평균 149㎞), 다카하시 히로토(주니치 드래건스)가 최고 156㎞(평균 155㎞), 이토 히로미(닛폰햄 파이터스)가 최고 151㎞(평균 152㎞), 오타 다이세이(요미우리)가 최고 154㎞(평균 152㎞),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최고 152㎞(평균 151㎞),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가 최고 164㎞(평균 160㎞)를 찍었다.
일본에서는 '시속 150㎞'가 더는 특별한 구속이 아니라는 걸 일본 투수들이 WBC에서 직접 증명했다.
반면 한국 대표팀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6∼147㎞ 수준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안우진이다.
WBC 대표팀에 발탁되지는 못했지만, 안우진은 WBC 기간과 겹치는 시범경기에서 이미 시속 158㎞를 찍었다. 평균 구속도 시속 153㎞다.
어쩌면 한국 야구의 새로운 화두가 된 '구속을 키우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선수가 안우진일 수 있다.
그러나 안우진은 "나는 신체적인 이점이 있긴 하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또래보다 빠른 공을 던졌다"며 "어느 날 갑자기 구속이 확 올라오진 않았다. 완만하게, 꾸준히 구속이 올랐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하게 하고, 캐치볼을 할 때도 공을 세게 던지는 습관 등이 구속 향상에 도움이 됐다. 구속이 오르는 방법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는 없다. 개인적인 차이도 클 것"이라고 해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대신 안우진은 "여전히 나는 구속보다 중요한 게 제구라고 생각한다. 흔한 말이지만,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스트라이크존에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며 "나도 늘 구속보다 제구를 더 신경 썼다. 지금도 구속과 제구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제구를 택할 것"이라고 '제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안우진도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의 가진 이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빠르고 정확한 공이 효과가 있다. 이번 WBC에서도 빠른 공이 맞아나가는 걸 봤다"며 "구속만큼이나 정확도도 중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결국 안우진이 원하는 건 '빠르고 정확한 공'이다.
이미 세계 정상급의 구속을 갖춘 안우진이라면 제구로 얻을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