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10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도 호주에 패해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일본을 잡고 올라갔습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시원한 홈런으로 돌파구를 만든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23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벼랑 끝에 몰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극적으로 반등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연습경기를 벌이는 10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WBC'가 화두에 오르자 안타까운 심정부터 드러냈다.
한국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B조 1차전에서 호주에 7-8로 패했다.
이 감독은 "(두산) 훈련 시간이어서 경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이후 결과를 보고 안타까웠다"며 "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잠시도 웃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0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아시아 최강이자 이번 대회 우승 후보인 일본과 격돌한다.
전력상 한 수 위인 일본을 꺾지 못하면,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크다.
이승엽 감독은 '과거'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우리가 호주에 패해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 그때도 일본을 잡고 준결승전에 올라 동메달을 따냈다. 2006년 WBC 등 우리가 전력상 열세였을 때 일본을 이긴 기억이 있다"고 떠올리며 "야구는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스포츠다. 우리도 반격할 수 있다"고 응원했다.
실제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는 첫 경기 이탈리아에 승리한 뒤 호주에 3-5로 패해 위기에 몰렸다.
쿠바, 미국에 연패해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네덜란드를 잡아 한숨을 돌린 한국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을 만나 연장 혈투 끝에 7-6으로 승리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다시 일본과 만나 3-1로 이겼다.
한국 야구 사상 올림픽 첫 메달의 주역은 '국민타자' 이승엽이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승엽은 일본의 '괴물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2타점 결승 2루타를 쳤다.
가슴 졸였지만, 해피엔딩을 만들었던 23년 전 기억을 떠올린 이승엽 감독은 시계를 본 뒤 "이제 한국 대표 선수들이 오늘 오후 7시 경기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누구나 오늘 일본전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며 "쉽지 않지만, 우리 선수들이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오늘은 연습경기를 끝내고, 꼭 한일전을 시청하면서 응원하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일본 선발 다루빗슈 유는 정말 좋은 투수고, 그 이후에도 대단한 투수들이 등판할 것이다. 확률은 높지 않지만, 일본 투수들도 실투를 한다. 그 실투를 우리 타자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승엽 감독도 이날 의미 있는 경기를 치른다.
호주 스프링캠프 기간에 호주 올스타와 1경기를 치르고 이후 청백전만 했던 두산은 처음으로 KBO리그 팀을 상대한다.
마침 키움은 에이스 안우진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승엽 감독은 "우리 두산 선수들에게 안우진과의 대결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스프링캠프를 좋은 분위기에서 마쳤다. 3주 앞으로 다가온 개막(4월 1일)을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