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이얀=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이제 축구로 돌아왔네요."
'서아시아 최강'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60·포르투갈)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승을 지휘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란은 2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연속골을 터뜨리며 웨일스를 2-0으로 물리쳤다.
이란은 앞서 1차전에서 주전 골키퍼가 코 부위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어 이른 시간에 교체되는 등의 악재 속에 잉글랜드에 2-6으로 대패한 터였다.
큰 점수 차 패배와 함께 자국 반정부 시위와 관련한 정치적인 요소가 이란 대표팀에서 크게 부각됐다.
이란 선수들은 잉글랜드전 킥오프 전 국가가 연주될 때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고 침묵했는데, 이를 서방 외신이 긴급 타전했다.
웨일스전을 앞두고 24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질문이 정치적 이슈에 집중되자 케이로스 감독이 "잉글랜드 감독에게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관해 물은 적이 있나"라며 한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웨일스전이 치러진 이날은 경기장 밖에서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팬과 정부를 지지하는 팬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다.
혼란 끝에 시작된 경기에서 이란은 개러스 베일(LAFC)이라는 특급 골잡이를 보유한 웨일스를 사납게 몰아친 끝에 완승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무엇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난 아무것도 안 바꿨다. 수정한 것은 선수들"이라면서 "선수들이 아무런 두려움 없이 축구 생각만 했다. (축구로) 자신을 표현했다. 그게 먹혔다"고 말했다.
축구에만 집중한 결과 의도한 대로 성과를 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이날 이란 선수들은 1차전 때와 달리 절반 정도의 선수가 국가를 제창했다. 소리를 내 부르는 듯한 선수도, 가사를 읊조리기만 하는 듯한 선수도 있었다. 안 부르는 선수도 있었다. 다른 나라 경기에서의 국가 제창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케이로스 감독은 "모든 주목과 존중을 우리 선수들에게 향해야 한다"면서 "이제 우리 선수들이 축구를 사랑한다는 걸 사람들이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이란을 지휘했고, 2022년부터 다시 팀을 이끌고 있다.
그의 지도 아래 이란은 아시아 맹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또 이날 승리로 2018년 러시아 대회(1승 1무 1패)에 이어 2개 대회에서 1승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란의 목표는 당연히 사상 첫 16강 진출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제 시작이다. 할 일을 끝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패장' 롭 페이지 웨일스 감독은 "우리가 평소 해왔던 경기력 근처에도 못 간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이었다"며 완패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