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스위스 공격수 브렐 엠볼로(25)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옛 조국' 카메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스위스는 24일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에서 카메룬을 1-0으로 제압했다.
선제골이자 결승 득점이 된 골의 주인공은 AS모나코(프랑스)에서 뛰는 엠볼로였다.
0-0으로 양 팀 모두 소득을 내지 못한 전반이 지나고 엠볼로는 단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3분 스위스의 '간판' 제르단 샤키리가 오른 측면에서 낮게 깔아찬 크로스가 문전까지 연결됐고, 수비 견제가 없는 틈을 타 엠볼로가 발 안쪽으로 침착하게 차 넣었다.
2018 러시아 대회에도 스위스 대표로 출전한 그는 당시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 생애 첫 월드컵 득점을 올린 것인데도 그는 기분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지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오히려 굳은 표정으로 양손을 들어 올린 동작이 어딘가를 향해 사과하는 모습 같기도 했다.
이 골이 결승 득점이 되면서 엠볼로는 자신이 태어나서 유년 시절을 보낸 국가를 격침하는 얄궂은 운명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서 태어난 '카메룬 출신'이다.
어머니를 따라 5살 때 카메룬을 떠난 그는 프랑스를 거쳐 스위스에 정착했다. 2014년에는 시민권을 받아 정식으로 스위스 국민이 됐다.
1년 후 스위스 국가대표팀으로 데뷔한 그는 스위스의 전방을 책임지는 자원으로 성장해 2018년 러시아 대회에 이어 벌써 2번째 월드컵을 경험 중이다.
세레머니를 자제한 듯한 그의 모습에 소셜 미디어 등에서는 그가 '옛 조국'에 대한 존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카메룬과 맞대결이 자신에게는 각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엠볼러는 "카메룬은 내 고향이고, 어머니와 아버지, 내 가족이 모두 거기서 왔다"며 "내게 아주 특별한 경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월드컵 경기다. 나는 여기서 행복하고 스위스의 일원인 게 자랑스럽다"고 현재 조국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아울러 '카메룬 대표팀의 열성 팬이라는 게 사실이냐'는 질의에는 "물론이다. 그러나 스위스와 경기를 한 후의 이야기"라고 재치 있게 답하기도 했다.
엠볼로의 선제골로 앞서간 스위스는 곧장 빗장을 단단하게 걸어 잠그며 '굳히기' 태세에 들어갔다.
카메룬은 막판까지 공세를 폈지만, 수문장 얀 조머가 버티는 스위스의 골문을 뚫어내지 못하고 아쉬운 패배로 월드컵을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