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도연 박진형 기자 = 최근 파산한 거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미국 당국의 집중 조사 대상이 된 가운데 FTX 광고에 출연한 나온 미국프로풋볼(NFL)의 톰 브래디와 미국프로농구(NBA)의 스테픈 커리 등 슈퍼스타들로 조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텍사스주 증권위원회(TSSB)가 FTX 광고에 출연한 브래디와 커리 등 유명인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SB의 조 로툰다 집행국장은 유명인들이 FTX를 홍보하고 받은 보수와 이 보수가 어떻게 공시됐는지, 개인 투자자들이 그 공시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등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가장 우선해 이뤄져야 할 조사는 아니지만,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TSSB는 이들 유명인이 미국 투자자들에게 특정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이나 상품을 이용하도록 직접적으로 홍보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브래디와 커리, 지난달 브래디와 13년간 결혼생활을 끝낸다고 발표한 세계적 톱 모델 지젤 번천 등 유명인들은 FTX 광고에 출연하고 지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3년간의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발표한 미국프로풋볼(NFL) 슈퍼스타 톰 브래디와 슈퍼모델 지젤 번천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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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커리의 소속팀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은 FTX가 '단순한 투자자'들을 노리는 데 동원된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골든스테이트는 또 FTX를 부정하게 홍보한 혐의로 다른 FTX 피해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FTX 계좌에 75만달러(약 10억2천만원)를 넣었다가 손실을 봤다는 엘리엇 램은 골든스테이트와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등을 상대로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피해보상 등 집단소송을 냈다.
그는 소장에서 골든스테이트가 FTX를 통해 투자하도록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FTX가) 성공 가능하고 안전한 가상화폐 투자 수단인 것처럼" 잘못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골든스테이트는 작년 12월 FTX를 구단 가상화폐 플랫폼으로 공식 지정하면서 이런 제휴 관계는 프로 스포츠에서 첫 사례라고 홍보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골든스테이트는 최근 FTX 관련 홍보활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FTX와 명명권 계약을 하고 홈구장 이름을 'FTX 아레나'로 바꿨던 NBA 마이애미 히트 구단도 최근 경기장 이름에서 'FTX'를 떼고 새 스폰서를 찾기로 했다.
브래디는 역대 최다인 슈퍼볼 우승 7회 기록을 세운 NFL의 '살아 있는 전설'이며, 커리도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결승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슈퍼스타다.
전 조지타운대학 법대 교수인 존 올슨 변호사는 "만약 유명인이 '이 투자가 훌륭하고 여기에 돈을 넣는 것이 좋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사실을 왜곡해 보여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모델 겸 패션사업가인 킴 카다시안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가상화폐 홍보성 게시물을 올리면서 그 대가를 받고 이를 고지하지 않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대상이 된 바 있다.
카다시안은 이에 대해 126만달러(약 17억원)의 벌금을 납부했다.
SEC도 FTX의 증권범죄·위법 행위 여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블룸버그는 또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도 FTX 파산 수개월 전부터 이 거래소에 대해 조사해왔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조사 대상은 '은행비밀보호법' 준수 여부로, 거래소들이 미국 고객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미국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는지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FTX는 바하마에 본사를 뒀고, 미국인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미국 법인인 'FTX US'다.
맨해튼 검찰이 조사를 통해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미 법무부와 FTX 측은 코멘트를 내놓지 않았다.
FTX 파산 후 미 뉴욕남부연방지검이 조사에 나섰으며, 검찰은 FTX가 고객들의 돈을 가상화폐 투자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에 빌려준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이미 수개월 전부터 검찰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은 FTX의 파산 사태 전부터 이미 이 거래소의 운영이 제멋대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