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 7개 팀이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뜻을 담은 '무지개 완장'을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착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 완장을 착용할 시 옐로카드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알렸기 때문이다.
A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이들 7팀은 공동성명을 내고 "FIFA가 각 팀 주장들이 경기 중 이 완장을 착용 시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이 제재를 받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완장 착용을 포기할 의사를 내비쳤다.
네덜란드축구협회는 별도 성명을 내고 "월드컵에서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승리"라며 "주장이 옐로카드를 받은 채 경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는 수백만명을 단결시키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앞서 잉글랜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웨일스, 스위스, 덴마크 등 7팀 주장들은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원 러브'(One Love)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원 러브' 캠페인은 네덜란드가 2020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 앞서 차별에 반대하고 다양성과 포용을 촉진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럽팀 주장들은 각종 인권 논란이 불거진 카타르에 항의하고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로 '원 러브' 완장을 찰 예정이었다.
FIFA는 선수가 사용하는 장비에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문구나 이미지가 담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개최지 카타르를 둘러싸고 이주노동자·성 소수자 인권 논란이 불거지자 이달 초 FIFA는 '축구에만 집중하자'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잉글랜드와 독일의 주장인 해리 케인과 마누엘 노이어는 혹시 FIFA가 이런 규정 등에 따라 벌금을 물리더라도 이 완장 착용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동성애를 형사 처벌하는 카타르는 인권 문제로 유럽 등 서방과 대치 국면을 이어왔고, 잉글랜드와 독일은 이 문제와 관련에 가장 날카롭게 날을 세워 왔다.
이런 가운데 FIFA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돌연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자체 완장'을 내놨다.
유엔 산하 기관과 협력, 교육·보건·차별 반대 등의 주제를 담은 완장을 조별리그, 16강, 8강 등 대회 단계별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FIFA는 "이런 캠페인을 통해 축구가 공익적 가치를 위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세계 구석구석에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