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싼 논란에 '축구에만 집중하자'고 했던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막 직전 돌연 사회적 가치를 담은 '완장 캠페인'을 발표했다.
FIFA는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유엔 산하 기관 3곳과 협력해 통합, 교육, 보건, 차별 반대 등을 주제로 자체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축구가 가진 사회적 의미를 충실히 홍보하겠다는 취지로,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단계별로 각각의 가치에 대응하는 특별한 완장이 제공된다.
유네스코,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가 참여한 이번 캠페인에는 각 기관 등이 추진해온 정책 이름·슬로건 등이 매 경기 캠페인의 주제가 됐다.
조별리그 1차전에 '세계를 통합하는 축구'(#FootballUnitesTheWorld), 2차전은 '지구를 구합시다'(#SaveThePlanet), 3차전에는 '아동을 보호합시다'(#ProtectChildren)·'끼니를 나눕시다'(#ShareTheMeal)가 구호로 쓰인다.
16강에서는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ForAll)·'학교를 위한 축구'(#FootballForSchools), 8강은 '차별 반대'(#NoDiscrimination)가 주제가 됐다.
(도하=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1.19 [email protected]
4강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람들의 움직임 부족을 방지하고자 했던 WHO의 캠페인 슬로건 '활동해봅시다'(#BeActive)·'움직여봅시다'(#BringTheMoves)가 선정됐다.
결승과 3위 결정전에는 '축구는 기쁨, 열정, 희망, 사랑 그리고 평화'(Football Is Joy, Passion, Hope, Love and Peace)가 채택됐다.
FIFA는 "이런 캠페인을 통해 축구가 공익적 가치를 위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세계 구석구석에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 효과를 전했다.
FIFA는 최근 월드컵을 둘러싸고 불거진 카타르 내 인권 탄압 논란에 '축구에만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내 역풍을 맞았다.
이달 초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32개 본선 출전팀에 편지로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인권 문제를 외면한다"고 비판을 받았다.
지난 10일에는 단순히 '권고'를 넘어서 인권 존중을 촉구하는 표어가 적힌 셔츠를 입으려는 덴마크축구협회(DBU)에 직접 제동을 걸기도 했다.
FIFA는 선수가 사용하는 장비에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문구나 이미지가 담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FIFA가 스스로 사회적 의미의 새 완장을 내놓으면서 잉글랜드,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팀 주장들이 착용하기로 뜻을 모은 '원 러브'(One Love) 완장과 관계에 이목이 쏠린다.
무지개처럼 여러 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이 적힌 이 완장에는 모든 차별에 반대하며 성 소수자와 연대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스포츠 매체 디애슬래틱을 비롯해 독일 dpa통신 등 영미, 유럽권 언론들은 이 완장을 원 러브 완장의 '대체재'로 표현하며 보도 중이다.
동성애가 형사처벌 대상인 카타르와 가장 날을 세우는 잉글랜드와 독일 대표팀은 그대로 원 러브 완장을 차겠다는 입장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 측 소식통을 인용, FA가 벌금을 내는 한이 있더라도 기존 완장을 고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dpa, AF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의 주장 마누엘 노이어도 19일 기자회견에서 계속 원 러브 완장을 차겠다고 밝혔다.
노이어와 동석한 독일축구협회(DFB)의 올리버 비어호프 국가대표 담당관은 새 완장에 대한 질의에 "막바지에 이런 결정이 나와 놀랐다. FIFA도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 같다"며 "우리는 기존 완장을 차도 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