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카타르 홍보 나선 '게이 아이콘' 베컴에 성소수자들 '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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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카타르 홍보 나선 '게이 아이콘' 베컴에 성소수자들 '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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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베컴
슈퍼스타 베컴

[AP=연합뉴스]

(도하=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47)은 동성애자들이 사랑한 첫 축구인으로 알려져 있다.

잘생긴 외모에 빼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한 베컴은 1990∼2000년대 축구 스타를 넘어 모든 젊은이가 선망하는 대중적 스타로 떠올랐다.

이성애자만 베컴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자 베컴은 "게이의 아이콘이 돼 영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남성 위주의 축구 문화는 당시에 동성애 혐오적 성향이 더 강했다. 그래서 베컴의 발언은 더 빛을 발했고, 많은 게이가 그를 향해 마음을 열었다.

그때부터 공고했던 베컴의 '게이 아이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베컴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맞이해 카타르 홍보 광고 모델로 나섰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는 나라다. 동성애로 적발되면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슈퍼스타 베컴
슈퍼스타 베컴

[EPA=연합뉴스]

베컴은 도하의 해안 산책로를 거니는 장면이 담긴 멋들어진 광고를 찍는 등의 대가로 1억5천만 파운드(약 2천394억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20년 넘게 '게이 아이콘' 지위를 누린 베컴의 이런 움직임에 적지 않은 게이 팬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9일(한국시간) 보도했다.

도하에 사는 남성 동성애자 파하드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베컴의 미래는 망가지겠지만, 최소한 억대의 돈은 챙길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도하에서 남쪽으로 7㎞ 떨어진 알다프나의 지하 감옥에 많은 성소수자가 수감돼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다고 최근 고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수감자들은 피를 흘릴 때까지 뺨 때리기, 발길질, 주먹질 등 폭행을 당하곤 한다. 한 여성은 의식을 잃을 때까지 폭행당했다고 HRW는 전했다.

축구 선수의 건실함, 매력적인 외모에 더해 '모두에게 동등하게 다가가는' 공정한 이미지가 지금의 '베컴 브랜드'를 형성했다.

슈퍼스타 베컴
슈퍼스타 베컴

[UPI=연합뉴스]

그런데 베컴이 카타르를 옹호하는 선택을 하면서 이런 브랜드 가치가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권운동가 피터 타첼은 "베컴은 한때 성소수자의 동맹이자 아이콘이었으나 이제는 아니다"라면서 "베컴은 탐욕스럽게도 돈을 원칙 앞에 뒀다"고 비판했다.

그렇다 해도 베컴의 상업적 영향력은 앞으로도 공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 베컴이 '헛발질'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베컴은 지난 2013년 거액을 받고 중국 축구의 글로벌 홍보대사로 선임된 적이 있는데, 당시 중국 프로축구계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

베컴의 이미지는 손상됐지만, 이후에도 베컴은 승승장구했다.

베컴의 상업적 성공을 다룬 책을 쓴 작가 앤디 밀리건은 "사람들은 기억력이 짧고, 주의가 산만하다. (베컴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지울) 새로운 이야기가 또 등장할 것"이라면서 "모두가 '베컴 브랜드'가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그에게 돌아올 기회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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