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2사 1,2루. 키움 이정후가 2타점 2루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2021.11.1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임순현 기자 = '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에게 2021년은 '바람의 아들' 부친 이종범(LG 트윈스) 코치를 넘어선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이정후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아버지가 KBO리그에서 이뤘던 다양한 업적을 재연하거나 넘어섰다.
그는 올 시즌 타율 0.360을 기록하며 1994년 타격왕 이종범 코치와 함께 최초의 부자(父子) 타격왕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25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한 경기에서 모두 기록하며 이종범 코치가 선수 시절 기록하지 못한 사이클링 히트 진기록을 세웠다.
이제 이정후는 부친 이종범 코치와 어깨를 견줘도 어색하지 않을 수준의 대형 선수가 됐다.
영웅 이정후는 2021시즌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도 리그 간판타자의 면모를 보였다.
그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한 방을 터뜨렸다.
8회까지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며 침묵했지만, 4-4로 맞선 9회초 마지막 공격 2사 1, 2루 기회에서 승부를 가르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그는 상대 팀 김강률을 상대로 2구째 시속 146㎞ 직구를 걷어내 상대 팀 중견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적시타를 만들었다.
경기 내내 무표정한 모습을 보였던 이정후는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키움은 이정후의 결승 적시타에 힘입어 두산을 7-4로 꺾고 승부를 WC 2차전으로 가져갔다.
사실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코치도 타격왕을 차지했던 1994년 소속팀 해태 타이거즈를 준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그러나 당시 해태는 한화 이글스에 2연패를 기록하며 가을 잔치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2021년 타격왕 이정후는 1994년 타격왕 이종범이 해내지 못했던 가을잔치 승리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며 활짝 웃었다.
이정후는 WC 1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협찬품을 받았다. 그는 결승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농심 오늘의 깡'에도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정후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1차전 승리로 다시 한번 기회를 얻어서 기분 좋다. 내일도 준비 잘해서 또 승리하겠다"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9회초 결승타와 관련해선 노림수가 통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 투수가) 어렵게 승부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높은 공을 예상했는데 실투가 들어왔고, 그걸 쳐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