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알리안츠 필드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여자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는 사실상 칼리 로이드(39)를 위한 무대였다.
'세계 최강' 미국 여자 축구에서도 대표 주자로 활약해 온 로이드는 이번 한국과의 A매치 2연전을 은퇴 무대로 삼았다. 이날이 그 마지막 경기였다.
로이드는 2005년부터 16년 동안 국가대표로 뛰며 316경기에 출전, 1987∼2010년 354경기를 뛴 크리스틴 릴리(미국)에 이어 역대 여자축구 A매치 출전 기록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134골을 넣은 로이드는 애비 웜바크(184골), 미아 햄(158골)에 이어 미국 선수 역대 A매치 득점 3위에 올랐다.
2015년과 2019년 미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고,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미국 축구가 세계를 호령하는 현장엔 그가 있었다.
월드컵에만 25경기, 올림픽엔 22경기에 출전해 각각 10골을 넣었다.
베이징 올림픽 브라질과의 결승전 후반 추가시간 결승 골, 런던 올림픽 일본과의 결승전엔 2-1 승리를 이끄는 멀티 골을 넣고, 2015년 캐나다 월드컵 일본과의 결승전에선 해트트릭을 폭발하는 등 큰 경기에 강한 슈퍼스타였다.
FIFA 올해의 여자 선수상도 두 차례(2015·2016년) 받았다.
이미 도쿄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8월 은퇴를 선언하고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던 그는 22일 한국과의 1차전엔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누볐고, 이날은 주장 완장을 차고 미국의 선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1만 8천 관중이 가득 찬 알리안츠 필드에서 경기 시작 전 열린 은퇴 행사에선 로이드와 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316'이 새겨진 유니폼을 담은 대형 액자가 전달됐다.
경기에서 득점하진 못했으나 전반 27분 맬러리 푸의 패스에 절묘하게 꺾이는 왼발 슛으로 골문을 위협하는 등 홈 팬들 앞에서 기량을 뽐낸 로이드는 후반 21분 알렉스 모건으로 교체될 땐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교체 지시를 받자 로이드는 잔디 위에서 축구화를 벗었다.
동료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줬고, 주장 완장을 벗어 오래 호흡을 맞췄던 동료 메건 러피노에게 넘겼다.
그리고 로이드는 유니폼도 그라운드에서 직접 벗었는데, 여전히 '10번'이 새겨진 유니폼엔 '로이드' 대신 '홀린스'라는 이름이 드러났다. 2016년 결혼한 남편 브라이언 홀린스의 성이다.
벤치로 들어가서면서도 로이드는 블라트코 안도노프스키 감독 등과 포옹하며 한참 동안 석별의 정을 나눴고, 관중석의 시선은 그라운드보다 그쪽으로 더 쏠렸다.
약속이라도 한 듯 로이드의 작별 의식이 끝날 때쯤인 후반 24분 그를 대신해 들어간 모건이 러피노의 패스를 받아 3-0을 만드는 골을 터뜨려 전설의 인생 2막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