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이정민(29)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5년 7개월 만에 우승하며 초대 '공격 골프 여왕'에 올랐다.
이정민은 17일 전북 익산시 익산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10개를 뽑아내는 맹타를 휘둘러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KLPGA투어 사상 처음으로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치러졌다.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은 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보기 이상 -3점을 매겨 순위를 가린다. 같은 타수라도 버디가 많은 선수가 훨씬 유리하기에 공격적 플레이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선두 박민지(23)에 8점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정민은 버디 10개에 보기 1개로 무려 19점을 쓸어 담은 끝에 최종합계 51점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2016년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통산 8승을 달성한 뒤 긴 침묵에 빠졌던 이정민은 47점의 안나린(25)을 4점 차로 따돌리고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장타와 탄도 높은 아이언 샷은 국내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정민은 2017년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우승은 고사하고 상위권 성적이 눈에 띄게 줄어 사라져가는 듯했지만, 서른 살을 앞두고 재기했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18번 홀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이정민은 우승이 확정되고 동료 선수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자 환한 미소로 우승의 기쁨을 표현했다.
이정민은 "원하는 골프가 되지 않아 받은 상처와 두려움을 많은 시행착오 끝에 극복했다"면서 "계속 노력해서 더 나은 경기력을 펼쳐 보이겠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1억8천만원을 받은 이정민은 상금 7위(5억3천199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정민은 후반 9개 홀에서 버디 7개를 몰아쳐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특히 마지막 3개 홀 연속 버디로 승부를 갈랐다.
9번 홀까지 버디 3개에 보기 1개를 곁들이는 평범한 경기를 펼쳤던 이정민은 10번 홀(파5) 버디에 이어 12∼13번 홀 연속 버디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16번 홀(파3) 버디로 선두 안나린에 1점차로 따라붙은 이정민은 17번 홀(파5) 버디로 1점차 다독 선두로 올라섰고, 18번 홀(파4) 3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이정민은 "15번 홀을 마친 뒤 순위표를 보고 따라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남은 3개 홀을 모두 버디를 잡겠다고 마음먹었는데 해냈다"면서 "최종 라운드에서 그것도 후반 막판에 내가 해야 할 일에 온전히 집중해서 해내 나를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나린은 17번 홀 버디 퍼트가 빗나가면서 사실상 우승의 희망을 잃었다.
두 차례 칩샷 버디를 포함해 6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16번 홀까지 선두를 달렸던 안나린은 막판 3개 홀에서 1개의 버디도 뽑아내지 못해 통산 3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버디 8개로 16점을 보탠 장수연(27)이 박민지(23)와 함께 공동 3위(45점)에 올랐다.
시즌 7번째 우승 기대가 높았던 박민지는 6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페널티 구역으로 날린 데 이어 네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는 실수가 이어진 끝에 트리플보기를 적어낸 게 뼈아팠다.
박민지는 사상 첫 시즌 상금 15억원 달성에 600만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