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28일 오후 강원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소노와 원주 DB 경기에서 소노 김태술 감독이 경기 시작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11.28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신임 사령탑 김태술 감독은 전성기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였다.
하지만 그와 비교된 김승현, 이상민 등 선배 가드들과 차이도 뚜렷했다.
김승현은 정규리그 470경기에서 평균 10.5점 6.9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상민은 581경기의 평균 득점이 9.8점, 어시스트는 6.2개다.
520경기를 소화한 김태술 감독은 7.6점 4.5어시스트로 이들보다 기록이 좋지 않다.
하지만 실책은 김태술 감독이 가장 적다. 평균 1.8개로 김승현(2.9개), 이상민(2.7개)보다 수치가 좋다.
번뜩이는 패스를 선보이면서도 안정적인 운영을 중시했던 김태술 감독의 경기 스타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태술 감독은 사령탑으로서도 이 같은 기조를 바꾸지 않은 듯하다.
김태술 감독은 28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 데뷔전(78-88 소노 패)에서는 쓴맛을 봤다.
하지만 경기 후 김태술 감독은 웃으면서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내가 원하는 농구는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소노의 각종 지표가 김태술 감독이 의도한 수준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소노는 이날 실책을 7개로 억제하면서도 어시스트는 20개를 기록했다.
(원주=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28일 오후 강원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소노와 원주 DB 경기에서 소노 김태술 감독이 선수를 격려하고 있다. 2024.11.28 [email protected]
팀 평균 수치(어시스트 17.6개·실책 9개)보다 지표가 개선됐다.
김태술 감독은 공을 주로 소유하는 일부 가드에게 공격을 의존한 김승기 전 감독 시절과 달리 패스가 더 많이 이뤄지기를 바랐다.
지공 시 패스 빈도가 늘면 실책도 증가할 위험이 있다. 이와 달리 어시스트가 늘었는데도 실책이 줄어든 경기를 펼쳤으니 김태술 감독이 흡족해한 것이다.
김태술 감독은 "많이 패스하니까 실책이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런 부분에서 완벽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술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건 무리한 공격으로 '실책성 플레이'가 나와 역습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는 김승기 전 감독 체제에서 강박적으로 외곽슛 빈도를 늘리다가 억지스러운 슛을 던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분석하는 걸로 보인다.
이제는 실책을 저지르거나, 팀원들이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난도 슛을 던지다가 리바운드를 빼앗기고 곧장 상대 속공으로 이어지는 일을 줄이겠다는 게 김태술 감독의 복안이다.
이런 맥락에서 김태술 감독이 아직 '포인트가드의 시선'으로 경기를 바라보고 있음이 드러난다.
경기의 공수 균형을 맞추고, 공수 전환 속도를 조절하는 게 포인트가드의 역할이다.
김태술 감독 역시 "난 (감독) 경험이 없다. 그래서 감독이라기보다는 포인트가드라고 생각하고 임한다"며 "포인트가드로서 팀을 어떻게 운영할지 보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능숙한 포인트가드로서 칭찬받을 자세지만 감독으로서는 이질적인 이 같은 시각이 소노의 성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원주=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28일 오후 강원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소노와 원주 DB 경기에서 소노 김태술 감독이 선수들에게 코치를 하고 있다. 2024.11.28 [email protected]
주포 이정현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소노에서는 포인트가드 역할을 할 선수가 이재도뿐이다.
DB 전에서는 이재도가 부진하거나 벤치에 머물 때 소노의 활로가 막혀 포워드들의 단발성 공격이 이어졌다.
김태술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김진유에게 공격을 풀어달라 지시했으나 의도대로 경기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선수 특성을 파악해 이를 극대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김승기 전 감독은 김진유를 가드가 아닌 포워드로 기용했다.
소노의 골밑 열세를 메우려 김진유의 리바운드 능력을 살리고자 한 것이다.
실제로 김진유가 가드로 기용된 DB 전에서 소노는 리바운드에서 23-39로 크게 밀렸다. 앨런 윌리엄스의 부상 공백을 고려하더라도 격차가 너무 컸다.
김태술 감독은 어쩔 수 없이 포인트가드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는 해답을 찾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갑자기 (포워드인) 최승욱 선수에게 2대2 공격을 통해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니냐"라며 "패턴만 계속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 상대 수비를 파훼할 역량의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통제대로 공격이 흐르도록 아예 동선이 정해진 패턴 공격만 반복하는 수도 둘 수 있다는 뜻이다.
무리한 공격을 지양하는 기조 속 이정현, 이재도 등이 김승기 전 감독 체제와 같이 창의적이고 폭발력 있는 공격을 보여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