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신인 시절 겁도 없이 '제1의 박철우'가 되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최고가 되지 못했지만, 최선의 선수가 됐고, 제1의 박철우로 마감하게 됐습니다."
한국 남자 프로배구의 '전설'로 통하는 '왼손 거포' 박철우(39) KBS N 해설위원은 2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삼성화재가 끝난 후 팬들과 가족들의 축하 속에 뜻깊은 은퇴식을 가졌다.
은퇴식은 지난 시즌까지 박철우와 한국전력에서 뛰었던 세터 김광국(37)도 함께 했다.
(서울=연합뉴스) 은퇴식 치르는 박철우(왼쪽 2번째), 김광국(3번째)과 축하해주는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맨 왼쪽), 김철수 한국전력 단장(맨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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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은퇴식에는 박철우 해설위원의 부모님과 농구 선수 출신의 아내 신혜인씨, 자녀들, 그리고 삼성화재 선수 시절 사령탑이었던 장인 신치용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도 함께했다.
또 방송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최태웅 전 현대캐피탈 감독과 석진욱 전 OK저축은행 감독 등도 찾아와 박철우 위원의 은퇴식을 빛냈다.
이날 경기 전 박철우 위원은 V리그 남자부 통산 최다 득점 신기록상을 받았다.
그는 V리그 원년(2005년) 현대캐피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삼성화재, 한국전력을 거치며 19시즌을 뛰었다.
총 564경기에 출전해 통산 6천623득점, 공격 성공률 52.13%를 기록했고, V리그 통산 최다 득점과 공격 득점(5천603점)은 여전히 1위다.
통산 후위 득점(2천13개)은 1위를 달리다가 외국인 선수 중 최다인 일곱 시즌째 V리그에서 뛰는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현대캐피탈)가 2천15개를 기록해 2개 차로 추월했다.
박철우 위원은 현대캐피탈에서 6시즌, 삼성화재에서 9시즌, 한국전력에서 4시즌을 뛰었고, 우승 반지를 7개나 가지고 있다.
박 위원은 은퇴식 소감 요청에 그동안 마음에 담고 있었던 말들을 꺼냈다.
그는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단지 코트에서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삶을 어떻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모범을 보이려고 했고, 늘 책임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선수 시절 '왜 내가 배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했다는 그는 "네 직업은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고, 네 플레이를 통해 행복을 느낌이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돼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면서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 코트에서 몸을 불사르며 경기를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그 마지막이 지금이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마이크를 아내 신혜인씨에게 넘겼다.
신씨는 눈물을 글썽인 뒤 "(남편이 현역 시절) 아프기도 하고 다치기도 했지만, 행복하게 선수 생활을 했던 것 같다. 은퇴하면 놀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은퇴식 끝 무렵에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활약했던 동갑내기 친구 한선수(대한항공)가 깜짝 등장해 새로운 출발에 나서는 박철우 해설위원을 축하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