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종석·윤학길로 1992년 롯데 우승…이충순 전 투수코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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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종석·윤학길로 1992년 롯데 우승…이충순 전 투수코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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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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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선발-중간-마무리의 '투수 로테이션' 개념을 롯데에 도입한 분이죠. 그전까지는 잘 던지는 선수를 계속 던지게 하려고 했었는데… 롯데가 1992년에 정규리그 3위를 하고도 한국시리즈 우승한 건 그 공이 컸죠."(윤학길)

중앙대 감독 시절에 김용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투수코치 시절에는 윤학길·염종석을 키워낸 '투수 조련의 달인' 이충순(李充淳) 전 롯데 투수코치가 28일 오전 8시15분께 파킨슨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29일 전했다. 향년 76세.

함경도 명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학생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강병철 전 롯데 감독과 1946년생 동갑이지만, 학교를 1년 늦게 졸업한 이유는 야구가 하고 싶어서 대광중으로 옮기느라 1년 유급됐기 때문이다. 경동고 1학년 때까지는 포수로 뛰다가 당시 김일배(1909∼1973) 감독이 "키(185㎝)가 크니 투수를 해보라"라고 권해서 2학년 때부터 투수로 활약했다. 고교 졸업 후 1966∼1975년 실업팀 한국전력에서 김명성(1947∼2001) 전 롯데 감독과 함께 주전 투수로 활약했다.

한국 야구 투수는 1950년대까지는 힘으로 승부했지만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다 1960년대 한국으로 온 한일은행의 김영덕(1936∼2023) 선수(전 OB·빙그레 감독)가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던지기 시작했다. 고인은 김영덕 선수 등이 공을 잡는 법을 곁눈질해가며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익혔다. 구경백 사단법인 일구회 사무총장은 "넉살 좋은 분이었다. '주전자 심부름' 해줘 가며 다른 팀 선수였던 김영덕 감독님한테 변화구 던지는 법 배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한전 감사과에도 근무했다고 구 사무총장이 전했다.

1976년 마산상고 감독, 1982년 중앙대 감독을 거쳐서 1983년 OB 베어스 2군 코치로 발탁됐다. 아들 이준서씨는 "김성근 감독님이 뽑아주셨다. 그 후 프로야구에선 김성근 감독님이나 강병철 감독님과 늘 같이하셨다"고 말했다. 1986년 MBC 청룡 코치로 활약한 뒤 롯데와 한화 시절엔 강병철 감독과 함께 했고, 쌍방울 시절엔 김성근 감독, SK 시절엔 다시 강병철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고인의 투수 조련 실력이 가장 빛을 발휘한 건 롯데 시절이었다. 1990년 롯데 코치로 부임하자마자 전해 부상으로 1년간 활약하지 못한 윤학길을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게 훈련시켰고, 1992년엔 염종석을 발굴했다. 염종석은 부산고 졸업 후 원래 경성대에 갈 예정이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갑자기 롯데에 입단한 신인이었다. 강 감독은 국제신문에 실은 회고에서 "스카우트는 '일년 정도 배팅볼 투수로 활용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이충순 투수코치가 '괜찮은 것 같으니까 일본 전지훈련 캠프에 데려가자'고 건의했다. 그래서 함께 일본 전지훈련에 갔는데 정말 기량이 쑥쑥 늘었다. 처음에는 볼 스피드가 130㎞대 후반이었는데 나중에는 140㎞를 훌쩍 넘었다. 포크볼을 던지라고 가르쳐 주니 곧바로 던져 놀랐다."고 말했다.

염종석은 개막전 엔트리부터 합류하며 35경기에 등판, 17승9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2.33,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01을 기록하며 그해 신인왕과 투수 골든글러브를 휩쓸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4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47로 우승의 주역이 됐다. 당시 기록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8.40으로 KBO 역사상 역대 신인 최고로 남아있다. 고인에게서 배운 슬라이더를 장착해 '염슬라' 혹은 '염라이더', 같은해 '난 알아요'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서태지와 비견되며 '염태지'로 불릴 정도였다.

윤학길 전 한화 코치는 "코치님에게서 '투수 로테이션'이라는 걸 배웠다. 아무리 잘 던져도 강병철 감독님께 '그만 던지게 하자'고 설득하곤 했다"며 "투수들에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조했고, 당시 변화구 투수들이 바깥쪽으로만 던지려고 할 때 '두들겨 맞아도 좋다'며 몸쪽 승부를 요구하셨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코치 생활을 끝낸 뒤에는 전주고·연세대 인스트럭터로 일했고, 2007년 카자흐스탄과 파키스탄 어린이에게 야구를 가르치기도 했다.

구경백씨는 "선배들에겐 까탈스러웠지만, 후배들에겐 자상한 분이셨다. 감독이 연습 더 시키라고 해도 투수들보고 쉬라고 하고 몸 관리에 신경 쓰라고 한 분"이라며 "야구 열정이 굉장한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유족은 아들 이준서씨와 며느리 나승미씨가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2011년 약속한 대로 30일 시신 기증 절차(한양대병원)가 진행될 예정이다. ☎ 031-787-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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