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KBO 최우수선수상(MVP)과 타자 부문 타율상, 타점상, 안타상, 장타율상, 출루율상을 수상한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앞에 상패들이 놓여있다. 2022.11.17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간판타자 이정후(24)에게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이정후는 어렸을 때부터 늘 아버지와 비교됐다. 그가 가는 길엔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이정후는 1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이 끝난 뒤 "학창 시절부터 항상 아버지와 비교돼 힘들었다"며 "그래도 야구가 좋았기에 열심히 운동했다"고 돌이켜봤다.
그는 언젠가부터 '이종범' 꼬리표를 지워내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이정후는 "어떻게 하면 아버지 이름을 지울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프로야구 최우수선수상(MVP)을 받거나 해외 진출을 하면 조금은 지울 수 있을 것 같더라. 오늘, 그 목표를 조금이나마 이룬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올 시즌 타격 5관왕(타율, 타점, 안타, 장타율, 출루율)을 차지한 이정후는 이날 생애 처음으로 MVP 트로피를 받았다.
프로야구 취재기자단 MVP 투표 유효표 107표 중 104표를 싹쓸이한 완벽한 수상이었다.
이정후는 1994년 MVP를 차지한 이종범 코치에 이어 한미일 프로야구 최초 부자(父子) MVP에도 올랐다.
그는 '이제 아버지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그 평가는 은퇴 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를 인생 최대의 경쟁 상대로 삼았던 이정후는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는 야구에 관한 조언보다 항상 친구처럼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건강한 몸을 물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KBO 최우수선수상(MVP)에 호명된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2022.11.17 [email protected]
이정후는 무엇보다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야구 뒷바라지에 전념한 어머니 정연희 씨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어머니는 아버지와 나를 위해 거의 30년 동안 고생하고 계신다"며 "오늘의 기쁨을 가장 누리셔야 할 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연희 씨는 딸 이가현 씨와 함께 시상식장을 찾아 아들의 MVP 수상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KBO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하고 있다. 2022.11.17 [email protected]
이정후는 '예비 가족' 고우석(LG 트윈스)도 빼놓지 않았다.
절친한 친구 고우석은 이정후의 동생인 이가현 씨와 곧 결혼한다. 이정후는 고우석의 매제가 된다.
이정후는 "(고)우석이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치열하게 경쟁했다"며 "우석이의 공을 쳐야만 이길 수 있어서 피칭 머신의 스피드를 빠르게 맞춰놓고 훈련했던 게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제 가족이 되지만, 우석이는 경쟁상대"라며 "서로의 꿈을 향해 함께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이정후는 공식 수상 소감에서 "우석이와 동생은 알아서 잘 살아라"라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이정후는 MVP와 타격 5관왕 상금 총 2천500만원을 전액 기부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일찌감치 어머니와 상금을 기부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이제는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립 청소년들을 위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