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년 연속 6승을 달성하며 최강자로 우뚝 선 박민지(24)가 "제가 봐도 대단하다"고 2022시즌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박민지는 13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파72·6천835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대회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07타로 우승한 박민지는 올해 6승째를 달성하며 화려한 시즌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 대회 시작 전에 이미 상금과 다승 1위를 확정했던 박민지는 개인 통산 16승으로 KLPGA 투어 현역 선수 가운데 최다승 단독 1위가 됐고, 통산 상금도 장하나(30)에 이어 두 번째로 5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2년 연속 다승왕은 2008년 신지애(34) 이후 14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고, 2년 연속 6승 역시 2007년 9승, 2008년 7승을 따낸 신지애 이후 올해 박민지가 14년 만이다.
박민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제가 전성기가 맞는 것 같다"고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저도 제가 왜 이렇게 우승을 많이 하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안이 벙벙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민지는 "이번 대회 들어오기 전부터 감이 괜찮아서 정신만 잘 차리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여유를 보이며 "제가 봐도 좀 대단한 것 같고,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해 더 기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6승에 상금 15억2천137만원으로 KLPGA 투어 역대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세웠던 박민지는 올해도 6승에 14억7천792만원을 벌어 시즌 최다 상금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우승을 정말 많이 한 것 같아서 외국 대회에서도 우승하고 싶다는 것이 제게 앞으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전지 훈련을 계획 중인 박민지는 경기 후 TV 중계 인터뷰에서 "더 넓은 무대를 보고 싶다"고 말했고,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미국 전지훈련을 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박민지가 2023시즌도 국내에서 계속 뛸 경우 현재 KLPGA 투어 최다승 기록인 신지애와 고(故) 구옥희 KLPGA 전 회장의 20승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박민지는 "2023시즌에 외국 대회에 자격이 되면 최대한 많이 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상금 50억원 돌파에 대해서는 "저는 골프만 열심히 쳤는데, 그렇게 많이 벌었는지 몰랐다"며 "정말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자평했다.
KLPGA 투어 2년 연속 6승의 박민지에게 '보완할 점'을 묻자 그는 "이 정도 했으면 됐지 뭘 더하냐"며 "사실 작년 6승을 하고, 올해는 1승에서 3승 정도 생각했는데 과분한 결과를 얻었다"고 답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해마다 1승씩 거둔 박민지는 최근 2년 사이 성적이 크게 좋아진 비결에 대해 "골프가 아닌 다른 쪽에 집중하면서 골프가 더 잘 되기 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는 말"이라고 전제하며 "예전에는 골프가 인생의 전부였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프 생각만 했다"고 털어놨다.
박민지는 "이 홀에서 퍼트가 빠지면 인생이 끝날 것 같은 기분도 느꼈다"며 "하지만 대회 끝나고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운동도 하되,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는 등 골프에만 집중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골프가 더 잘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또 퍼터가 안 들어가고, 오비가 난다고 해도 나는 멀쩡히 잘 살아 있고, 크게 마음 아플 일인가 하는 생각에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며 "골프가 내게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연습량은 줄었을 수 있지만 그 뒤로부터 신기하게 12승을 했다"고 밝혔다.
박민지는 "제가 어릴 때부터 '골프 하면 박세리, 박인비 프로가 떠오르는 것처럼 저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꿈이 있었다"며 "막연하고 말도 안 되는 꿈이었는데, 지금 3분의 1 정도는 그렇게 가고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제 골프는 잘하니까, 좀 더 책도 많이 읽고 인성 공부를 더 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끊기자 '저에 대해 궁금한 게 없으시냐'고 서운해한 박민지는 "아직 홀인원을 못 해봐서 홀인원을 하는 것이 꿈이고, 선수로서 이룰 것을 다 이룬 뒤에는 후배 양성이나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이날 비를 맞으며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정말 힘이 많이 됐고, 마지막 2개 홀 연속 보기로 우승해 민망했지만 앞으로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 드리겠다"며 "감기 걸리지 않도록 귀가 후 꼭 따뜻한 물로 샤워하시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