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뗀 최원권 대구 감독 "선수들과 함께 뛰는 감독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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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 뗀 최원권 대구 감독 "선수들과 함께 뛰는 감독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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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 과정서 사령탑 도전 의지 생겨…포기하지 않고, 독하게 할 것"

10월 22일 성남FC와의 38라운드 마치고 팬들과 기념 촬영하는 최원권 감독
10월 22일 성남FC와의 38라운드 마치고 팬들과 기념 촬영하는 최원권 감독

[대구F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마지막엔 팬들에게 가서 웃으며 같이 사진 한 장을 찍는 게 남은 시즌 유일한 목표이자 소망입니다."

2022시즌 프로축구 K리그1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9월 초 대구FC가 리그 12경기 무승의 터널을 벗어난 뒤 최원권(41) 당시 감독대행이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대구는 8월 알렉산더 가마(브라질) 감독이 물러난 뒤 수석코치이던 최원권 대행 체제에서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며 당시 강등 위기까지 몰렸다.

9월 7일 성남FC를 상대로 12경기 무승을 끊는 최 대행 체제 첫 승을 올린 이후에도 9월 10일 전북 현대에는 0-5로 대패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9월 18일 FC서울과의 33라운드 3-0 완승을 시작으로 역습을 위주로 한 대구 특유의 축구가 살아나며 4연승을 달렸고, 대구는 파이널 라운드를 무패(3승 2무)로 마쳐 극적으로 1부 생존에 성공했다.

10월 22일 성남과의 최종 38라운드가 끝난 뒤 최 대행은 바람대로 팬들과 웃으며 마주할 수 있었다.

대구 팬들이 원정 관중석에서 펼쳐 든 현수막에는 '새로운 여정, 최원권 감독대행과 함께!'라는 문구 중 '대행'에 'X'표가 그려져 있었고, 이달 7일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대행'을 뗀 뒤 전화로 만난 최 감독은 "제게 과분한 자리"라며 구단과 팬들에게 고마움부터 전했다.

10월 16일 김천 상무와의 37라운드 마치고 미소 짓는 최원권 감독
10월 16일 김천 상무와의 37라운드 마치고 미소 짓는 최원권 감독

[대구F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13년 임대 선수로 대구와 인연을 시작, 이듬해 완전 이적한 뒤 2016년 플레잉 코치로 은퇴하고 대구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 온 그는 감독으로의 첫발도 대구에서 떼게 됐다.

최 감독의 정식 선임은 지난 3일 조광래 대구FC 대표와 여전히 대행이던 최 감독이 구단주인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에게 혁신 계획을 보고한 자리에서 굳어졌다.

홍 시장은 조 대표에게 신뢰를 표현하며 신규 스폰서 유치 등 내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당부했고, 최 감독 정식 임명 얘기도 꺼냈다고 한다.

최 감독은 "제가 대구에 오래 몸담고, 이번에 잔류를 이끈 것 등에 대해 시장님이 보고를 받으신 것 같더라. '잘할 수 있겠냐'고 물으셔서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씀드렸고, 시장님이 대표님에게 '부족함 없이 해주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그 순간을 맞이하기 전 '대행 최원권'의 시간은 순탄치 않았다. 전북전 대패 이후엔 팬들의 실망감도 극에 달했고, 최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들고 팬들 앞에 나서서 눈물로 지지를 호소하는 일도 있었다.

최 감독은 "평소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데, 팀이 한창 좋지 않을 땐 미각을 잃을 정도였다. 전북에 지고서 제주 원정을 갔는데, 스스로가 너무 초라해서 안 좋은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10월 12일 수원 삼성과의 36라운드 승리한 뒤 오열하는 최원권 감독
10월 12일 수원 삼성과의 36라운드 승리한 뒤 오열하는 최원권 감독

[대구F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그때 선수들도 제가 힘들어 보였는지, 미팅하면서 '우리 원권 선생님 한 번 도와주자. 우리 자존심도 없냐'고 했다더라. 그 얘기를 듣는데 눈물이, 아니 '눈에서 땀'이 났다"며 "그런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여러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감독을 맡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귀띔했다.

스스로 '정식 사령탑' 얘기를 조 대표나 구단에 꺼내 본 적은 없지만, 이후 극적 반등으로 웃으며 마무리한 '잔류 드라마'를 쓰며 팀을 제대로 이끌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쪽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최 감독은 "선수로도 있었지만, 저는 대구라는 팀에서 주인의식, 책임감을 느끼며 일했다. 2군 코치부터 시작해 저희 아이들이 갓난아기일 때 집에도 안 가고 숙소에 있으면서 선수들을 키워서 그런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함께 팀을 잘 만들어서 매번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팬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느끼며 선수들, 코치들과 더 단단해지는 게 프로로서의 삶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며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게끔 하겠다. 4골을 먹든, 5골을 먹든 벤치에 앉아서 두고 보기만 하는 지도자는 되지 않겠다"며 "선수들과 함께 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0월 1일 서울과의 34라운드 직후 최원권 감독과 세징야
10월 1일 서울과의 34라운드 직후 최원권 감독과 세징야

[대구FC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팀을 이끌면서 최 감독은 동계훈련부터 탄탄하게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고도 했다. 최근 마무리 훈련에 돌입한 대구는 내년 1월에는 경남 남해에서 담금질할 계획이다.

최 감독은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이후에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더라. 시즌 전부터 선수들에게 맞는 옷을 입혀줘야 한다. 나중에 껴입으라고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독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며 "시행착오도 분명히 있겠지만, 대신 선수들을 믿으니까 포기는 하지 않을 거다.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 자신감을 만들어가며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선수들 영입이 잘 돼 좋은 조합이 이뤄지면 좋겠다. 특히 올해 후반기에 미드필더 쪽에서 부족했던 터라 그 부분 보강은 필수고, 외국인 계약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또 "요 몇 년 동안 2군에서 주축 급으로 올라온 선수가 이진용 정도밖에 없다.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석'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며 "대구의 DNA를 이어가고자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2군 육성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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