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김승규(32·알샤바브)의 '굳히기'냐. 아니면 조현우(31·울산)의 '뒤집기'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신화에 도전하는 벤투호의 주전 수문장은 김승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아 국내파로만 나선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3경기를 빼면, 올해 벤투호가 치른 A매치 12경기 중 9경기에서 김승규가 골대를 지켰다.
김승규는 유망주 시절부터 '발밑이 좋다'는 평가를 받은 선수다. 후방부터 이뤄지는 공격 전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패스가 정확한 김승규를 선호한다.
하지만, 김승규는 끝까지 안심할 수 없다. 조현우 때문이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도 두 선수는 주전 골키퍼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지금처럼 김승규가 우위를 점했다. 계속 주전으로 평가전에 나섰다. 그러다 월드컵 본선 직전에 치른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조현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그러더니 본선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조현우가 골문을 지켰다.
조현우는 한국이 2-0 극적인 승리를 거둔 조별리그 마지막 독일전에서 빛나는 선방 쇼를 펼쳐 전 세계에 이름들 알렸다.
그래서 김승규는 안심할 수 없다.
안정감은 좀 떨어질지 몰라도 결정적인 선방 능력을 갖춘 조현우가 늘 자신의 자리를 넘보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소집훈련 중인 파주 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8일 취재진과 만난 김승규는 "4년 전 나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졌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면서 "그런 경험을 한번 해 봐서 외려 마음이 편하지만, 예전처럼 실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승규는 자신의 강점을 말해보라는 말에는 "내가 발밑에서 (조)현우보다 강점을 가지고 있다지만, 현우도 울산에서 그런 (패스) 축구를 많이 하면서 발밑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 "지금은 딱히 강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보다 앞서 취재진을 만난 조현우는 좀 더 과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4년 전 '도전자 신분'일 때와 똑같았다.
조현우는 "4년 전, 아무도 내가 월드컵 경기를 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난 아무 생각 없이 열심히 준비했고, 좋은 기회가 왔다"면서 "이번에도 늘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은 선방으로 많은 국민께 보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계하는 상대 공격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따로 준비 안 했다. 난 아직도 어느 선수가 어느 팀에 있는지 잘 모른다. 나에게 오는 공을 다 막을 준비만 할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4년 전) 독일에 누가 있는지도 몰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면서 "(주전 골키퍼가 누가 될지는) 감독님께 달려있다. 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준비 잘하고 있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벤투호는 오는 11일 오후 8시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아이슬란드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