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1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남미축구연맹이 '축구에만 집중하자'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입장에 목소리를 보탰다.
남미축구연맹은 7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축구계에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지지를 촉구한다"며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는 정치적, 이념적 논란·대립을 초월해서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는 축구의 근간을 이루는 이런 가치를 공고히 할 절호의 기회"라며 "이제 논쟁은 뒤로 밀릴 때가 됐다. 전 지구가 간절히 기다리는 대회를 열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이는 카타르 월드컵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을 두고 FIFA에 직접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유럽, 미국, 호주 등 서방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 개최를 위해 이주 노동자를 가혹한 근로 환경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이후 10년간 인도·파키스탄·네팔 등지에서 온 노동자 6천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카타르가 동성애를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어, 인권을 탄압하는 국가가 월드컵을 개최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성명이나 고위 인사의 공개 발언 등을 통해 연신 카타르를 두둔했던 FIFA는 이런 논란에도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지난 4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파트마 사무라 사무총장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32개 참가팀에 편지를 보내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축구에 집중하자"고 권고했다.
FIFA의 이런 입장에 인권단체들은 반발 중이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입장을 내고 FIFA가 인권 문제에 눈을 감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잉글랜드축구협회(FA)를 비롯해 유럽 축구협회 10곳도 2022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고통받은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FIFA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남미축구연맹 소속인 우루과이, 칠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4개국은 2030년 FIFA 월드컵 공동 개최를 추진 중이다.
지난 8월 알레한드로 도밍게스 남미축구연맹 회장은 AFP통신에 "이번 공동 유치는 월드컵을 그 발원지인 남미로 되돌리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월드컵 개최 시점인 2030년으로부터 딱 100년 전인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초대 대회 결승전에서 개최국 우루과이가 아르헨티나를 4-2로 꺾고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이에 '초대 대회 100주년 월드컵'이라는 슬로건을 꺼낸 남미 4국은 공동 유치를 선언한 유럽 측의 스페인-포르투갈-우크라이나 등과 경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