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우리는 변해야 하는 팀입니다."
6년 만에 5할 이상의 승률로 정규리그 1라운드를 마친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은희석 감독은 그다지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삼성은 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전주 KCC와 홈 경기를 71-62로 이겼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잡아낸 삼성은 5승 4패의 성적으로 2라운드를 맞는다. 삼성이 1라운드에서 5승 이상을 거둔 것은 2016-2017시즌(7승 2패) 이후 처음이다.
최근에는 '라운드 5할 승률' 자체가 드물었다.
지난 시즌 1라운드를 4승 5패로 마친 삼성은 이후 나머지 라운드에서 한 번도 3승 이상을 거두지 못하고 최하위(9승 45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직전 라운드인 지난 시즌 6라운드 성적은 승리 없이 9패다.
은 감독은 이런 기록을 알고 있다며 2라운드에서도 자신들의 농구를 펼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은 감독은 "어느 특정한 선수에 치우치고 싶지 않다. 체력 소모가 많겠지만 어린 선수와 고참이 어우러지는 농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그런 과정에서 발전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어린 선수들이 발전하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은 감독에게 '어린 선수'의 기준은 높다. 은 감독은 팀에 고참 선수는 김시래와 이정현뿐이라고 했다.
2012년 프로 무대에 입성한 임동섭(32)과 장민국(33)도 '20대 선수'로 보겠다고 한다. 두 선수가 벌써 10번째 시즌을 맞는 30대지만, 20대와 같은 활동량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은 감독은 "이 두 선수조차도 젊은 선수처럼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우리는 변해야 하는 팀"이라고 거듭 말했다.
삼성이 4쿼터 한 때 14점까지 간극을 벌이는 등 순조롭게 승리를 챙기는 듯했지만, 사실 이날 경기는 삼성에게 큰 도전이었다.
팀의 주축 가드인 김시래가 부상으로 결장했기 때문이다.
경기 전 은 감독은 연세대를 지휘하던 시절의 경험을 설명하며 "김시래가 뛰지 못하는 지금처럼, 주축 선수가 불의의 부상으로 빠질 때 대학 선수들도 '한 팀'이 되더라. 그걸 경험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말처럼 김시래의 빈자리는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메웠다.
신인 신동혁이 프로 데뷔 후 최다인 12점을 올렸고, 허웅, 김지완 등 공격력이 뛰어난 상대 가드 라인의 득점도 묶었다.
은 감독은 "김시래가 있을 때 농구와 없을 때 농구가 달라져야 한다. 없으면 그만큼 체력을 더 써야 한다"며 "우리가 신동혁을 전체 6순위로 선발했다. 바로 이런 움직임과 활동량을 보고 뽑은 것"이라고 흡족해했다.
은 감독이 신동혁보다도 더 칭찬한 선수는 이동엽이다.
이날 2득점에 그친 이동엽을 향해 은 감독은 "이동엽이 득점이 거의 없었지만 허웅을 철통같이 막아줘 이길 수 있었다"며 "허웅에게 점수를 많이 줬다면 시래의 공백을 더 절실하게 느껴야 했다. 이동엽이 잘 막아준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날 필드골 11개를 던져 9개를 놓친 허웅은 8점에 그쳤다.
김시래 대신 주전으로 나선 이호현도 승부처에서 연신 3점을 꽂아 넣는 등 10점을 올리며 제 몫을 했다.
신동혁과 이동엽을 칭찬한 은 감독이지만, 이호현에게는 분발을 주문했다.
은 감독은 "사실 경기 후 혼을 많이 냈다. 공개된 장소에서 칭찬할 정도의 경기력은 아니었다"며 "김시래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