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5년 만에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정상을 정복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인 휴스턴은 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WS 6차전에서 내셔널리그 우승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4-1로 역전승했다.
2017년 창단 첫 WS 우승 트로피를 품었던 휴스턴은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5년 만에 가장 높은 자리에 등극했다.
휴스턴은 2013년 보스턴 레드삭스 이후 9년 만에 홈구장에서 우승 축포를 터트린 팀이 됐다.
휴스턴의 2017년 우승이 '사인 훔치기'와 '휴지통 두들기기'를 통한 속임수의 결과라면, 이번은 실력으로 일궈낸 첫 번째 우승이다.
6회초 필라델피아 1번 타자 카일 슈워버에게 선제 1점 홈런을 허용한 휴스턴은 6회말 대거 4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휴스턴이 시리즈 내내 기다렸던 요르단 알바레스의 한 방에 2022년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역투한 잭 휠러가 6회 1사 1루에서 헤레미 페냐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1, 3루에 주자가 출루하자 필라델피아 벤치는 좌타자 알바레스를 겨냥해 좌완 파이어볼러 호세 알바라도를 투입했다.
그러자 알바레스는 알바라도의 시속 98.9마일(약 159㎞) 낮은 싱커를 받아쳐 가운데 담을 넘어가는 역전 결승 스리런 아치를 그렸다.
WS 5차전까지 홈런 없이 타율 0.105(19타수 2안타), 3타점에 그쳤던 알바레스의 침묵을 깬 한 방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과감한 투수 교체로 '언더독' 필라델피아를 월드시리즈로 이끈 롭 톰슨 감독의 승부수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곧이어 2사 2루에서 크리스티안 바스케스까지 바뀐 투수 세란토니 도밍게스를 두들겨 4-1로 달아나는 점수를 챙겼다.
선발 플람베르 발데스가 6이닝 2피안타(1홈런) 9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역투한 휴스턴은 7회 엑토르 네리스, 8회 브리얀 아브레우에 이어 9회 라이언 프레슬리까지 각각 한 이닝씩 무실점으로 책임져 승리를 지켰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만 73세로 최고령 월드시리즈 출전 감독이 된 휴스턴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무관의 한'을 풀었다.
2002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1년 휴스턴에서 두 차례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던 베이커 감독은 이번 시리즈 전까지 통산 2천 승을 넘긴 12명의 감독 가운데 유일하게 우승 반지가 없었다.
동시에 베이커 감독은 시토 개스턴(1992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데이브 로버츠(2020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흑인 감독이 됐다.
휴스턴의 유격수 헤레미 페냐는 신인 야수로는 최초로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시리즈 6경기에서 타율 0.400(25타수 10안타)으로 맹활약한 페냐는 앞선 WS 5차전에서 신인 유격수로는 사상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홈런을 쳤다.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4경기에서 홈런 2개 포함 타율 0.353(17타수 6안타), 4타점으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시리즈 MVP를 차지했던 그는 월드시리즈까지 정복하고 두 개의 MVP 트로피를 품었다.
MLB닷컴에 따르면, 신인 선수가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 MVP를 같은 시즌에 석권한 건 1997년 투수 리반 에르난데스(플로리다 말린스) 이후 25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