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우승 못 하면 어때요, 죽는 것도 아니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 투어 대회에 149차례 나와 우승이 없는 나희원(28)이 말했다.
나희원은 4일 제주도 제주시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6천711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에쓰오일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2라운드까지 7언더파 137타를 기록, 정연주(30)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2016년부터 KLPGA 정규 투어에서 활약, 149개 대회에 나와 준우승 두 번이 최고 성적인 나희원은 이 대회 전까지 시즌 상금 순위 60위에 올라 있다.
상금 순위 60위까지 다음 시즌 정규 투어에 뛸 수 있기 때문에 나희원으로서는 이 대회를 포함해 이번 시즌 남은 2개 대회에 부담감이 클 터였다.
그러나 나희원은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만, 많이 내려놨다"며 "(시드전이 열리는) 무안으로 가면 가는 거고, 안 가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압박감을 받으면 제 샷에 집중하기가 어려워 (부담을) 내려놓고 하려고 한다"며 "주위에서 이번 대회 컷만 통과해도 (60위 유지는) 된다고 하셨는데, 일단 통과했고 내일 못 쳐도 60위 밖으로는 안 떨어질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나희원은 2018년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3라운드까지 2위에 5타를 앞서 우승이 유력했지만 결국 연장전 끝에 준우승한 경력도 있다.
그 대회에서 우승한 배선우에게는 결국 8타 차 역전패를 당했던 나희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때 얘기가 나오자 "아, 머리 아파"라며 "(혈압이 올라) 담이 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떠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나희원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것이 (그때 이후)4년 만"이라며 "오늘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파만 하자는 생각으로 쳤는데 좋은 성적으로 끝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호주로 골프 유학을 가서 5년간 생활한 그는 "그때 경험이 있어서 바람에 익숙하다"며 "낮게 깔아 치는 샷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늘 바람을 잘 이용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역시 제주도에서 열린 올해 4월 개막전에서도 3라운드까지 1타 차 선두였지만 결국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는 "너무 오랜만에 선두여서 (최종 라운드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며 "이번에는 어제나 오늘과 다른 것 없이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남은 경기를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나희원은 시즌 막판 행운도 따르고 있다고 반겼다.
상금 순위 80위권이라 출전 자격이 없었던 10월 넷째 주 대회가 타이틀 스폰서가 바뀌면서 80위권 선수들에게도 출전 자격이 생겼고, 그 대회 4위를 차지하며 상금 순위를 60위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나희원은 "그 대회도 바람이 많이 불었다"며 "남은 이틀 추워진다고 하는데 최대한 컨디션을 유지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경기를 치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