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랜차이즈 스타인 류지현(51) 감독마저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오명을 떨쳐내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LG는 2년 계약이 끝난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는다고 4일 발표했다.
선수와 코치로 LG에서만 27년간 몸담은 류 전 감독은 2020년 11월 트윈스 출신 프랜차이즈 스타로는 처음으로 LG 사령탑에 선임됐다.
재임 2년간 류 감독은 정규시즌에서 통산 159승 16무 113패(승률 0.585)를 거두고 2021년에는 정규리그 3위, 올해엔 2위로 팀을 이끌었다.
특히 올해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승(87승), 최초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LG 구단은 적지 않은 성과에도 류 전 감독을 재신임하지 않았다.
2년 연속 가을 야구에서 하위 팀에 상위 라운드 진출권을 내주는 '업셋'을 당한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플레이오프에서 LG는 키움 히어로즈에 패해 20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28년 만의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잃었다.
결국 LG는 새 감독을 찾아 2023시즌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제 LG의 감독 선임 방향성은 언제나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는 감독이 아닌 '우승 청부사'로 확실해졌다.
LG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오른 2002년 이래 류 전 감독까지 감독 대행 포함 10명의 지도자가 LG를 이끌었지만, 누구도 재계약이라는 선물을 받지 못했다.
김성근(2001∼2002년), 이광환(2002∼2003년), 이순철(2003∼2006년 6월), 양승호 대행(2006년 6∼10월), 김재박(2006∼2009년), 박종훈(2009∼2011년), 김기태(2011∼2014년 4월), 양상문(2014년 5월∼2017년), 류중일(2017∼2020년), 류지현(2020∼2022년) 감독이 LG '감독 잔혹사'의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공을 세운 김성근 전 감독은 LG와 팀 컬러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1994년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광환 전 감독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각각 한국시리즈에서 4번씩 축배를 든 김재박, 류중일 전 감독도 LG에서는 기를 전혀 못 폈다.
지난 20년 사이 감독 평균 재임 기간을 보면, 초보 감독이든, 업적을 낸 베테랑 감독이든 이들이 쌍둥이 유니폼을 입은 기간은 2년 남짓에 불과하다. 감독의 무덤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구단과 팬들은 벌써 30년을 향해 가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恨)을 풀어줄 감독을 무척 희망한다.
다만, LG가 '롤러코스터'를 타지 않고 꾸준히 가을 야구에 출전하는 강팀으로 입지를 굳힌 게 불과 4년밖에 안 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우승을 향한 조급함이 이제 막 시스템을 구축해 본궤도에 오른 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LG 감독은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매력적인 자리다.
한국의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팀의 사령탑이자 KBO리그 1, 2위를 다투는 엄청난 티켓 파워와 열성 응원을 등에 업은 쌍둥이 군단의 대장으로 그의 행동, 말 한마디는 언제나 언론과 야구팬의 비상한 시선을 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은 법. LG를 새로 이끌 지도자는 성적 부담은 당연하고, 유별난 것으로 알려진 그룹 최고위층 인사의 지대한 관심마저도 극복해야 한다.
폼나게 집어 든 술잔에 독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즐기며 트윈스를 우승으로 이끌 능력을 겸비한 지도자만이 달갑지 않은 LG 감독 무덤사를 끝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