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성소수자들의 평화적인 시위는 물론 공공장소에서의 키스까지 허용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가 2일(한국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타르 현지 경찰의 군중 대응 지침을 담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최근 발표 자료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자료에서 조직위는 경찰 등 보안 관계자들이 세계적으로 성소수자의 상징으로 통하는 무지개 깃발을 든 사람에게 접근해 구금, 기소하거나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는 팬을 방해해서도 안 된다고 권고한다.
또 시위대가 '보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내버려 두라고 권고한다.
경찰 등 보안 관계자들이 카타르를 방문한 민간인들과 관련해 개입은 적게 하고, 중재는 많이 해야 한다는 게 자료에서 드러난 조직위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신체나 재산에 해를 끼치는 행동이 아닌 이상, 경찰이 관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카타르 정부가 이 권고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카타르는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입맞춤 등 성적 행위도 금지한다.
인권운동가와 적지 않은 선수, 외국 정부 관료들이 카타르가 성소수자, 여성의 인권을 억압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달 25일에는 영국 인권운동가 피터 태챌이 카타르 국립박물관 앞에서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당국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현지 경찰의 제지를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카타르 정부는 "이성애 커플에게 적용되는 공공장소에서의 애정 표현의 일반적인 규칙을 준수하는 한, 모든 성적 지향의 방문객들을 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블룸버그는 조직위의 이번 발표 자료에 대해 카타르 정부와 국제축구연맹(FIFA) 대변인이 언급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로스나 베굼 선임연구원은 "카타르 정부가 평화적인 인권 행사를 처벌하거나 범죄화하는 것을 한시적으로 멈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그런 '범죄'를 완전히 폐지하는 시작이 돼야 한다. 또 방문객뿐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훌리건(악성 서포터스)으로 악명이 높은 잉글랜드가 이번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서는 가운데, 영국 정부는 대회 기간 15명의 경찰관을 카타르에 파견한다고 이날 밝혔다.
파견 경찰관들은 팬들과 동행하며 현지 사법당국과 사이에서 '문화 통역사' 역할을 하게 된다.
축구장과 그 주변에서 술을 마시고 상의를 벗고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유럽의 축구 응원 문화가 카타르에서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영국 경찰이 적절한 시점에 중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