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월드컵 개최를 앞둔 카타르의 인권 문제와 이주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온 덴마크축구협회(DBU)가 다시 행동에 나섰다.
덴마크축구협회는 10월 31일(이하 현지시간) 홈페이지에 "11월에 덴마크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 중 득점 시마다 카타르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기부금을 적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1월 한 달 동안 풀뿌리 축구부터 프로 1부리그까지 모든 축구 경기에서 1골당 10덴마크크로네(약 1천890원)를 적립한다는 것이 덴마크축구협회의 계획이다.
덴마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덴마크 내 축구 경기에서는 5만5천 골이 터졌다.
올해도 비슷한 수의 골이 터진다면 55만덴마크크로네(약 1억400만원) 정도의 기부금을 마련할 수 있다.
적립된 기부금은 국제건설목공노동조합연맹(BWI)에 전달해 카타르 이주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쓰이게 된다.
카타르는 오는 20일 개막하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를 위한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을 가혹한 근로 환경에 몰아넣었다는 비난을 받는다.
지난해 2월 영국 가디언은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이후 10년간 인도·파키스탄·네팔 등지에서 온 노동자 6천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카타르 정부는 "이들이 모두 월드컵 대회와 관련해 숨진 것이 아니다"라며 "2014년부터 2020년 사이에 월드컵 경기장 공사 현장에서 37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업무 관련 사망은 3명이었다"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카타르 월드컵 참가국 중에서는 덴마크가 이와 관련해 줄기차게 비판의 메시지를 드러내 왔다.
우선 덴마크 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착용할 홈 유니폼에 축구협회 엠블럼과 후원사 로고 등이 유니폼 주 색상과 같아 눈에 띄지 않게 했다. 검은색의 서드 유니폼에는 애도의 뜻도 담았다.
덴마크협회 이사진의 카타르 방문 역시 축소하기로 했으며, 카타르 홍보 활동 등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예년 대회와 달리 덴마크 대표팀은 이번 카타르 대회에는 가족을 동행하지 않는다.
덴마크협회는 "우리는 카타르의 이익 창출에 기여하고 싶지 않다"며 월드컵 기간 대표팀 선수들의 아내, 여자친구의 카타르 방문을 취소하는 등 현지 활동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물론 카타르 인권 문제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덴마크뿐이 아니다.
'디펜딩 챔피언'인 프랑스에선 파리와 스트라스부르, 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카타르 월드컵 거리 중계를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주장 매슈 라이언(코펜하겐)을 포함한 호주 국가대표 16명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처우 개선 방안과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하지 말 것 등을 카타르 정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