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프로축구 K리그의 '레전드' 염기훈(39·수원)과 박주영(37·울산)을 2023년에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을까.
30대 후반에 접어든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과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은 조금씩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염기훈은 2022시즌 수원 삼성에서 정규리그 19경기를 소화했는데, 이 중 18경기에 교체로 출전했다. 박주영 역시 울산 현대에서 6경기 중 5경기에 교체로 나섰다.
그라운드에서 폭발력을 보이는 시기는 지났지만, 이들은 베테랑으로서 그라운드 안팎에서 중심을 잡고 헌신해 왔다.
올 시즌 울산이 17년 만의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수원이 1부리그에 잔류하는 데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염기훈은 당초 2022시즌 개막을 앞두고 은퇴를 예고했다.
올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시즌이 막을 내린 현재 아직 염기훈의 선수 생활에는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다.
수원은 이달 11일 "염기훈의 은퇴식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구단은 일단 강등 위기에 놓인 팀의 상황에 집중하고, 염기훈에게는 더 좋은 분위기에서 은퇴식을 열어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는데, 일부 팬들은 선수 생활의 연장이 아니냐는 기대를 품었다.
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염기훈의 재계약 여부가 확정된 건 아니다.
다만 플레잉 코치 등으로 수원과 함께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놓고 논의하고 있지만, 결정된 건 아니다. 팀이 파이널B와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르게 되면서 잔류에 초점을 맞춰 왔다. 시즌이 끝났으니 선수단 휴식 후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전북 현대에서 K리그에 데뷔한 뒤 경찰청 시절을 제외하고 2010년부터 줄곧 수원에서 뛰어온 염기훈은 리그 통산 442경기에서 77골 110도움을 기록 중이다.
만약 수원에서 한 시즌을 더 보내며 3골을 추가한다면 K리그 최초로 80(골)-80(도움)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염기훈과 함께 수원의 고참 수비수 양상민(38) 등도 거취를 고민한다.
박주영이 울산과 동행을 이어갈지도 관심을 끈다.
프랑스와 잉글랜드 등을 두루 거쳐 2015년 친정팀인 FC서울로 복귀한 박주영은 2022시즌 울산으로 이적해 우승컵을 함께 들어 올렸다.
K리그에선 통산 285경기에 출전해 76골 23도움을 기록했다.
당초 울산과 계약 기간은 1년으로 알려졌는데, 역시 다음 시즌과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
박주영은 23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K리그1 최종 38라운드를 마친 뒤 "개인적으로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만둘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지 쉬면서 잘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