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필드골 성공률이 프로 데뷔하고 이렇게 떨어진 적은 없었는데…."
연장 혈투 끝에 시즌 첫 'S-더비'를 승리로 이끈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이정현은 경기 후 취재진이 필드골 성공률에 대해 질의하자 머쓱해했다.
삼성은 2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서울 SK를 90-86으로 제압했다.
3쿼터까지 2점에 그친 이정현은 4쿼터와 연장에 12점을 몰아치며 동점만 12번이 나온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적재적소에 터진 이정현의 득점은 SK의 공세에도 팀이 버티는 동력이 됐고, 마지막에는 아예 3점포에 이어 파울로 받은 자유투까지 집어넣으며 제 손으로 경기를 매조졌다.
이날 SK는 승리를 향해 매서운 집념을 발휘했다.
4쿼터 종료 20초 전 이정현이 2점을 올려 74-70으로 달아나자, 김선형의 자유투 득점에 이어 허일영이 종료 5초 전 장거리 3점을 꽂아 넣으며 기어코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기세가 오른 김선형과 허일영은 연장 시작과 함께 4점을 합작하며 삼성을 몰아붙였지만, 결국 이정현의 승부처 집중력을 넘지는 못했다.
이정현은 "마지막에 경기를 넘겨주지 않고 승리를 챙겨 고무적"이라면서도 마냥 웃지는 못했다.
올여름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정현은 시즌 초반 커리어 최악의 필드골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6경기에 나선 이정현의 필드골 성공률은 24.2%에 불과하다.
이정현은 "개막 후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어 필드골 성공률이 정말 최악"이라며 "그래도 감독님이 믿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준다. 연습을 통해 수치를 올려보겠다"고 말했다.
그간 자신을 중심으로 한 2대2 공격에 능했던 이정현이지만, 은희석 감독의 모션오펜스 전술에서는 끊임없이 코트를 뛰어다니면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정현은 "우리 팀 전술상 다른 팀보다 1.5배는 뛰는 것 같다"며 "나이는 좀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따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경기력은 떨어졌지만 이정현은 올 시즌 유독 승부처에서는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지난 22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홈 경기에서도 오세근과 막판 득점 대결을 펼쳤다.
3.4초 전 변준형의 패스를 받아 골밑슛을 올려놓으며 승리를 챙긴 오세근도 경기 후 "마지막에 항상 이정현이 나설 줄은 알았는데 너무 잘해서 좀 당황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정현은 최근 승부처 활약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이정현은 "사실 감독님이나 팀이 이런 승부처 활약 이상을 바라고 영입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후배들이 1, 2, 3쿼터를 버텨주는 모습을 보니 고참으로서 해결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은 감독은 "사실 이정현에게 부담이 될까 (공식 석상에서) 함부로 이야기를 못 하겠다"며 "이정현이 필요한 상황이 많아지는 게 팀으로서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승부처에서 능력을 바라고 데려온 게 맞다. 그런 활약을 바라고 있다"고 웃었다.